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지지 않고 바로 서 있는데 대해, 혹시 포토샵 보정 사진아니냐는 질의가 있어 추가 설명을 올립니다. 한마디로, 사후 보정되지 않은 직사 사진(straight photo)입니다. 아래에 보다 자세한 경위를 적습니다.
사진 아래 캡션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다. (If you believe, all things are possible)"는 성경 귀절 그대로 기적을 이뤄달라고 기도한 결과입니다. 기울어진 사탑을 바로 세우기 위해 촬영자는 사탑을 보며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즉, 앙각(Worm's eye view)으로 원근법의 소실점을 하늘방향으로 과장하여 탑을 바로 세울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위블 회전이 가능한 모니터 상에서 수준기를 켜고, 화면에 나타나는 그리드의 수직 수평선을 점검해 가며 촬영했던 여러 사진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곁에서 다른 이들이 주로 사탑을 받쳐주는 사진촬영을 즐기는 동안 상당한 애를 써서 얻은 저작권있는 결과물임을 밝힙니다. 물론 이 사진을 수신하신 당사자께서는 그런 권리에 개의치 않고 임의대로 타인에 재송, 타 매체에 게재하셔도 무방합니다.
단, 타인이 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시려면, 이탈리아 왕복 항공권과 최소한 이틀 정도의 체류비가 소요된 결과물이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적어 둡니다.
(사진들을 스마트 폰에서 좀 더 잘 보려면, 좌우로 길게 보이도록 회전시키면 낫습니다.
물론 PC에서 블로그를 통해 열면, 본디 해상도로 훨씬 제대로 보입니다.)
왼쪽의 둥근 돔 지붕의 건물이 세례당,
저 뒷쪽의 긴 건물이 납골당,
다음 건물이 두오모 성당,
마지막이 피사의 사탑입니다.
제대로 왜곡없이 촬영된 피사의 사탑입니다.
사탑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관광객은 이 기울어진 탑때문에 올 것이며,
당국 역시 탑이 바로 서 버리고 나면 관광 요소가 사라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탑을 바로 세운 사진은 앞으로도 거의 볼 수 없을 흔치 않은 사진이란 것이지요.
대개의 나그네들은, 주로 다음과 같이 탑을 받쳐주는 사진으로 자신들의 추억을 고정시키고는 떠납니다. 원근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넘어지는 사탑을 지지해 주겠다는 뜻으로 받치고 선 사진입니다. 끝없이 산정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며 살아야 하는 전형적인 인생의 상징으로 신화가 된 시지푸스의 모습이, 고향에 돌아오면 또 길을 떠나야하는 나그네의 운명처럼 느껴졌다면 과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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