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으로 희대의 도적을 쫓아 냅니다.
그 어려운 일을 폭력사태 한번 없이 그저 주말에 모여 촛불을 드는 평화시위로, 그리고 조용하게 법정에서 이뤄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악마구리 끓듯 나라를 파국으로 끌고 가려는 집단이 지금도 준동 중이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자랑스런 백의민족 얘기가 헛말이 아니었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화와 긍지가 새 나라의 기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장정의 경과와 판결 관련 자료를
갈무리합니다.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읽었던 22분 동안, SNS상에서는 ‘그러나’란 접속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거대한 긴장감을 가져다 주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하였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여섯 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선고문을 들으며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선고문의 한 단락이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선고문’의 이러한 구성에 대해 ‘죽이고 싶은’을 연출하고 ‘조선마술사’의 시나리오를 각색했으며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연출한 조원희 영화감독은 아래와 같은 트윗으로 평가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선고문에는 정말 영화흥행의
법칙이 숨어있는걸까? 조원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이 선고문의 플롯은 할리우드의 영화시나리오와 비슷합니다. 초반 플롯 포인트에서는 주인공이 장애물을 만납니다.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게 이루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는 거지요. 이 선고문의 ‘그러나’가 바로 그런 포인트입니다. 영화에서는 초반부에 그런 플롯포인트를 여러개 쌓으면서 게임의 규칙을 만듭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연마하겠죠. 그런 과정이 지나간 후, 바로 클라이막스 직전...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런데’플롯 포인트가 등장합니다. 이 선고문에서는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라는 말 앞에 ‘그런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명쾌한 결말이
등장합니다. 결말은 명쾌할 수록 좋습니다.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렇게 나온 거죠. 정말 완벽한 구성의 시나리오입니다. 대부분 흥행한 영화의 시나리오가 가진 구성이지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선고문을 두고 두고 읽어보는 게 좋겠다.
[박근혜 탄핵] 헌법재판소 최종 선고문 김미경 편집위원 승인 2017.03.10
3.10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 최종
선고문(전문)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1건의 사실조회결정, 피청구인측 증거인을 제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일곱 명의 증인(안종범 중복하면 17명), 6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된 자료는
48,000여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의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사유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발의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 사유별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규정도 없습니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아홉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또는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재판관 임명까지 사이의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경우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탄핵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
이제 탄핵사유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사유별로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하였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여섯 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음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2014. 4. 16.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인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케이티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한편,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케이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케이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를 보겠습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생략]
(그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입니다.)
|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그림]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후 코스피
그래프./한국거래소
11시 발표가 시작되고,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그러나’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죽죽 내려갔고,
11시 10분 마지막 네번째 ‘그러나’가 나오며 탄핵이 확실해 지자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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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행의 출근길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김현유 게시됨: 2017년 03월 10일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는
'이정미 재판관'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분홍색 헤어롤을 머리 뒤에 그대로 달고 들어서는 출근길 사진.
한편에서는 이 헤어롤이
“ㅇㅇ” 모양인 것을 두고 탄핵 ‘인용’의 이응 자음 2개를 뜻하는 것으로
‘국민 여러분 안심하시라’는 신호
메시지였다고도.. 믿거나 말거나. ^^
“최순실 이익 위해 대통령 권한남용”…이 하나로 충분했다. 등록 :2017-03-10
탄핵사유 3가지는 “증거부족” 등 불인정 :
국정농단 허용, 대통령 중대한 헌법 위반
삼성돈 수뢰혐의는 일체 판단 안해
“국민의 신임 배반,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
국정농단 허용, 대통령 중대한 헌법 위반
삼성돈 수뢰혐의는 일체 판단 안해
“국민의 신임 배반,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왼쪽 다섯째)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호·강일원·김창종·김이수·이정미·이진성·안창호·서기석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단 한 가지만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89쪽 분량의 ‘2016 헌나 대통령 박근혜
탄핵’ 결정문에서 5가지였던 탄핵소추 사유 중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제외하고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수행 의무 위반으로 재구성해
판단했다. 이 중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등 같은 소추사유를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 등은 인정된다”면서도 “그 이유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되기 때문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관련 소추사유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의 대응이 미흡하고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도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이 되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부족한 증거를 찾으려면 증인을 더 부르고 증거 제출도 요구하면 되지만, 그러면 선고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확실한 파면 사유가 있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에 중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는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에 이르러서야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등 최순실씨가 추천한 인사를 공직에 임명하고, 이들이 최씨의 이권 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또 박 대통령이 최씨와 최씨 지인들의 회사 지원을 대기업에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헌재는 이런 행위가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 할 수 없다”며 “헌법 제7조 제1항(공익실현 의무), 국가공무원법 제59조(친절·공정의 의무),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이해충돌 방지 의무) 제3항,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부패행위) 가목, 제7조(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 등도 헌재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헌법 제23조)과 기업 경영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했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대통령 일정·외교·인사 등 직무상 비밀 문건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한 것도 국가공무원법 제60조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했다”고 헌재는 정리했다.
헌재는 이런 행위가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 할 수 없다”며 “헌법 제7조 제1항(공익실현 의무), 국가공무원법 제59조(친절·공정의 의무),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이해충돌 방지 의무) 제3항,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부패행위) 가목, 제7조(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 등도 헌재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헌법 제23조)과 기업 경영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했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대통령 일정·외교·인사 등 직무상 비밀 문건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한 것도 국가공무원법 제60조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했다”고 헌재는 정리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확인한 헌재는 박 대통령이 파면당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최서원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최씨 등의 사익 추구를 도와주는 한편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것은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행위로서 대통령으로서의 공익실현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매듭지었다. 이를 종합해 헌재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매듭지었다. 이를 종합해 헌재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였던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으로부터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을 통해 204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이런 행위를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죄 등 형법의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 판단하지 않고 어떤 헌법 조항을 위반했는지만 따졌다.
또 박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헌재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했다고 인정했지만 형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용해
피해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신속한 판단을 위해 뇌물수수를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칫 형사재판의 확정 판결이 헌재 결정과 달라질 수 있는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뇌물 혐의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 초기부터 형사법 위반 부분은 큰 무게를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6069.html#csidxacdb189c97ac172b8015e6de87005f5
133일, 19번, 당신이 든 촛불이 봄을 열었다 등록 :2017-03-10
지난해 11월2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차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촛불이 주인공이었다.
2016년 10월29일 처음 등장해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10일까지 꼬박 133일. 19번의 촛불집회, 연인원 1587만명. 232만명이 든 촛불은 탄핵에 미적대던 국회를 움직여 지난해 12월9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청와대와 재계·학계를 가리지 않고 칼날을 겨눈 특검의 든든한 뒷배이기도 했다. 마침내 헌재가 민의를 따라 탄핵의 마침표를 찍었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시작과 끝엔 촛불이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정유라 부정입학…작년 10월29일
3만명 첫
촛불집회
11월12일 100만명 ‘6·10 이후 최대’... 11월26일 청와대 200m앞서 “퇴진”.. 국회 압박해 탄핵안 가결 이끌어내
11월12일 100만명 ‘6·10 이후 최대’... 11월26일 청와대 200m앞서 “퇴진”.. 국회 압박해 탄핵안 가결 이끌어내
박대통령
대리인쪽·탄기국 막말에도 광화문 지키며 “특검 힘내라” 지지
세월호 진상규명·정경유착 해소 등 ‘적폐’가 청산된 새 대한민국 꿈꿔
세월호 진상규명·정경유착 해소 등 ‘적폐’가 청산된 새 대한민국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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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촛불에 불붙이다 ‘촛불 정국’은 연이은 언론 보도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티브이조선>의 미르재단 의혹 보도에 이어 지난해 9월20일 <한겨레>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불법모금 사태의 한가운데 ‘최순실’이 있다는 점을 최초 보도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 대학 입학 및 학사관리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도 첫 보도했다. 이어 10월24일 <제이티비시>(JTBC)가 ‘태블릿 피시’를 입수, 보도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이튿날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박근혜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올랐다.
토요일인 10월29일,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나와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정유라의 입시 부정’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개했다. 당시 집회를 마련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000~3000명만 와도 많다’고 생각했지만 시민 3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첫 촛불집회의 이름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이었다.
규모를 예상치 못했던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당시 현장에서 경비를 지휘했던 경찰 관계자는 “세종로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밀려 저지선이 무너지던 순간이 가장 아찔했다. 서둘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 저지선을 재설치해 겨우 막아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철통처럼 광장을 장악하던 경찰이 시민들에게 무너지던 이 장면은 촛불 초기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겨레>와 만난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은미(60)씨는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응원하는 사람이었는데 후회를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아이들한테 미안하다. 꼬박꼬박 세금 내고 있는데, 그 세금으로 비선 실세란 분이 자기 이익을 위해 썼다는 것 아니냐”며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흔들었다. 한 주 뒤인 11월5일 열린 2차 촛불집회엔 ‘10배’가 뛰어 전국 곳곳에 30만명이 모였다. “집회는 생전 처음”이라던 시민들조차 “박근혜는 물러나라” 8음절을 또박또박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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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촛불, 국회의원 234명 움직이다 훗날 역사책에 2016년 11~12월은 ‘촛불 혁명’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11월12일 3차 촛불집회엔 100만명(전국 106만명)이 모였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였다. 경찰이 집계한 순간 최대 인원도 26만명으로 최대 규모였다. 광화문 일대에선 휴대전화가 제때 터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상식을 기대한 시민들은 박 대통령 ‘자진 하야’를 바라며, 노래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수없이 불렀다.
다음 주에도 96만명이 모였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던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 말 그대로 ‘기름을 부었다’. 경찰의 차벽은 시민들이 붙인 ‘꽃벽 스티커’로 뒤덮였다. ‘평화 촛불집회’는 그렇게 탄핵 시계를 앞당기고 있었다. 11월19일 무대에 선 가수 전인권이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시위를 합시다.”
5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월26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광장. 광장에 모인 190만명이 1분간 촛불을 껐다 켰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저항의 1분’이었다. 전국 곳곳엔 비와 눈이 내렸지만 시민들은 ‘하야 눈’이 내린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평화 집회가 이어지면서 경찰의 금지통보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잇따라 청와대 코앞 행진을 허용했다. 이날 시민들은 처음으로 청와대 200m 앞까지 다가가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사흘이 지난 11월29일,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를 했다. “모든 걸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4월 퇴진’ 당론을 채택했다. 여권발 교란작전에 야당은 12월2일 탄핵안 의결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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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국민들은 정치권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를 보냈다. 전국 곳곳에 232만명이 모였다. 전무후무한 숫자였다. 한목소리였다. “국민 믿고 탄핵하라.” 매주 촛불집회의 장을 마련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안진걸 공동대변인은 “국민들은 저희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언제 힘을 모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저희는 그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내는 일만 했다”고 말했다. 촛불에 놀란 새누리당 비박계는 4일 “탄핵 표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12월9일, 국회는 의원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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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얻은 촛불…‘대한민국 적폐 청산’ 주권자의 민심을 대의하는 국회를 본 시민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대통령 퇴진’ 이후를 상상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재벌개혁, 언론개혁, 정경유착 해소, 18살 투표권…. 광장의 목소리가 점점 다양해졌다.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 주부터 퇴진행동의 집회 제목엔 ‘박근혜 퇴진’만이 아닌 ‘적폐 청산’이 등장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광장을 메웠다.
헌재 결정을 가만히 지켜볼 법도 한데 시민들은 꾸준히 광장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17일 강원 춘천 집회에 참석한 한상균(26)씨는 “현실의 법은 권력의 도구로 쓰이기 쉽다. 법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탄핵심판과 특검 조사만 기다려서도 안 된다. 우리가 직접 광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하야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70만명이 광장에 나왔다. 퇴진행동은 2016년의 마지막날 열린 ‘송박영신’(박 대통령을 보내고 새 대한민국을 맞는다) 집회에서 연인원 촛불 참가 시민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에 나온 양현우(59)씨는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최순실 같은 괴물을 만들었다. 2017년은 돈보다
생명, 청렴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 나갈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단원고 생존자 학생들이 참사 3년 만에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 수 있었던 데에도 촛불의 힘이 컸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월7일 11차 촛불집회에서 대학생이 된 이들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저희가 세월호 이후 시민들 앞에 서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민들 덕분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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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지켜준 특검
지난해
12월21일 현판식을 기점으로 수사를 개시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28일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특검팀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후방 지원’한 것도 촛불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을 때, 박 대통령이 ‘일정 유출’을 이유로 대면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몽니’를 부렸을 때,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며 광장에 나왔다.
수사 기간 동안 촛불 시민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로 응원의 화환과 꽃바구니를
보냈다. 건물 외벽엔 ‘특검 힘내라’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최순실씨가 특검에 출두하며 기자들 앞에서 “억울하다”고 외치자 특검 사무실 청소노동자 임애순씨가 “염병하네”라고 맞받았다. 생중계로 방송되며 화제가 된 임씨는 지난 2월4일 집회 무대에 올라 특검팀을 향해 “밤낮으로 너무 수고가 많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나도록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주셨으면 한다”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수사 마지막날 17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모두 30명을 재판에 넘긴 특검팀은 “(수사를 모두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지난 3일 박영수 특검은 수사 종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지지, 여망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하기 어려운 수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특검은 자택 앞 집회 등으로 신변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수사 마지막날 17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모두 30명을 재판에 넘긴 특검팀은 “(수사를 모두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지난 3일 박영수 특검은 수사 종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지지, 여망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하기 어려운 수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특검은 자택 앞 집회 등으로 신변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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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인내심테스트
촛불 시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막말’을 일삼았다. 김평우·서석구 변호사는 주말이면 탄핵반대 집회 무대에 올라 특검과 헌재와 국회를 맹비난했다. 3·1절 탄핵반대 집회에서 김평우 변호사는 촛불 시민들을 향해서도 “어둠이 내리면 복면을 쓰고 촛불 횃불을 들고 나타나 붉은 기 흔들며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저주하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며 “저들은 단 한 사람도 대한민국의 국기 태극기를 흔들지 않고 오직 붉은 기만 흔든다”며 ‘국민’이 아니라고까지 언급했다.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박 대통령의 대리인 쪽이 ‘막말’을 거듭할수록 탄핵 기각이나 각하의 명분을 얻은 듯 세를 불려왔다. ‘탄핵 기각’, ‘탄핵 무효’ 등을 오랫동안 외치던 탄기국 쪽은 지난 4일부터 ‘탄핵 각하’를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탄핵 기각은 탄핵이 사기라는 걸 몰랐을 때 하는 말”이라며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고 무대에서 언급한 뒤부터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고성을 지르는 등 돌출행동을 일삼은 대통령 대리인단에 대해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대통령이 저 정도 수준인가 의심된다”며 일관되게 탄핵을 요구했다.
지난 4일 19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없는 3월이 진짜 봄”이라며 탄핵을 촉구했다. 지난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에 닿았다. 1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20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진짜 봄’에 열리는 첫 집회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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