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아메리칸 파이에 해석이 분분한 이유]
점잖은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는 안될 이유가 있다.
무려 8분이 넘는 길이의 이 노래는 월남전 반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돈 매클린의 작사 작곡으로 세상에 나왔다. 위선과 거짓, 그리고 폭력으로 가득찬 세상을 비아냥대고 한탄하던 시절이었다. 여러가지 비유와 비판이 깃들어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해석을 내놓지 않고 그저 노래만 불렀다. 해석은 알아서들 하라는 듯.
당시 이 곡은 한국에서도 팝송을 따라부르는 젊은이들의 애창곡이었다. 거개는 가사의 뜻도 모르고 흥얼거리던 그 때. 유신독재와 긴급조치로 나라가 들끓고 수많은 청춘들이 시위와 저항 속에 감옥에 들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타를 둘러맨 청바지족들이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던’ 그런 시절이었다. 80년대 대학생 윤석열은 - 오로지 고시에만 매진해서 9수까지 하며 덩달아 군면제까지 받은 것을 보면 - 아마 후자에 가까웠을듯 하다.
이 노래는, 거의 50년이 지나면서도 해석이 분분했으나, 2000년대 들어, 청소년이 등장하는 ‘아메리칸 파이’라는 성인영화가 시리즈로 개봉되면서, 그동안 잦아들었던 추측을 건드리게 되는 바.. 엎치락 뒷치락하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지미는 성인 채널, 포르노 사이트, 풍선도 아닌데 불어보는 콘돔을 이용해.. 혼자서 어떻게든 그걸 해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던 중 엄마가 먹으라고 구워놓은 애플파이에 구멍을 뚫어 요상한 짓을 하던 중 아빠에게 들키고 만다.”
여기서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다시 보자면..
Bye-bye, Miss American Pie
Drove my chevy to the levee
But the levee was dry
And them good old boys were
drinkin' whiskey and rye
singin' this'll be the day that I die
This'll be the day that I die
..세비를 시보레 자동차가 아닌 남성, 더 나아가 성적인 비유로 보자는 극단론에 이르면, ‘세비가 달려갔으나 말라버린 강둑’은 더욱 가관인 여성비하의 은유가 되고 만다.
그보다는 조금 보수적으로 해석해도 아메리칸 파이(애플파이)로 그 짓을 하다 부모에게 들킨 모멸감 끝에 운전면허도 없이 자동차를 몰고 강으로 돌진해서 죽어버리려 했으나, 강마저 말라있어 투신 할 수도 없었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첫 구절이 이 모든 해석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음식인 파이가 여성을 칭하는 '미쓰 아메리칸 파이'로 저속하게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바, 그냥 파이가 아닌 여성을 비하해서 불러내 놓고는 이제 그만 흑역사를 덮고 안녕하자 노래하기 때문이다.
그저 죽고 싶었다는 표현은, 어쩌면 치기어린 청소년기의 일탈을, 나중에 회상하며 낄낄대는 장면일 수도 있을 터이니, 저급한 성인 코미디 소재로 딱인 장면이다.
이런 배경과 상황을 아는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파이는 공식석상 대화소재에 올리기에 불편한 싸구려 우스개라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점잖은 자리, 그것도 이 은유를 잘 알고 있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 석상에서, 국빈으로 초대받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서툰 영어로 열창하기에는, 아메리칸 파이는 결코 적절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하고 싶다.
우세스럽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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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아메리칸 파이:
https://namu.wiki/w/American%20Pie(%EB%85%B8%EB%9E%98)
영화 아메리칸 파이:
https://namu.wiki/w/%EC%95%84%EB%A9%94%EB%A6%AC%EC%B9%B8%20%ED%8C%8C%EC%9D%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