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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영광과 평화, 한기와 감기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밖에는 한기, 안에는 감기.

따뜻한 물이 감기에 좋다하여 보온병이 도열했습니다. 200, 300, 350cc. 한꺼번에 담아 놓고 휴일 하루를 보낼양입니다. 이렇다할 약도 없이 코에 불에 난다하여 고뿔이라는 무서운 이름의 감기. 하지만 제대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기에 걸릴 이유가 없으며, 조금 시원치 않아 영접했다해도 별일없으면 며칠있다 물러날 계절 손님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어쩌면 하찮은 감기에도 이리 마음이 싱숭생숭하는 데, 졸지에 횡액을 당한 분들의 가슴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답답합니다.
 기뻐해야 할 날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 곳곳이 불안하고 기막힙니다. 2천년전에 선포했던 그 평화는 아직도 우리 곁에 자리잡지 못했고, 동강난 이 땅에선 여전히 원수라도 되는 양 동포끼리 으르렁대는 중입니다. 하늘의 별까지 화답했던 저 베들레헴과 에루살렘에서는 오늘도 사이렌 경보와 화약연기 속에서 하루가 저물 것입니다.

 뭔가 잘못된 것은 확실한 데, 부족한 인간으로서는 답도 없고 힘도 없으니 그저 하늘을 바라봅니다. 비록 저희가 지은 죄가 많더라도 이제 2천년이나 지났으니 그만 용서해 주시고, 사람이 사람답게 오손도손 살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당신이 바라시는게 이런 악다구리 끓는 난장판이 아니라면, 이제 그 좋은 천국을 여기에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그 말 그대로 즐거운 성탄절은 왜 이리 어렵습니까?

 답없는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낮춥니다. 희망 만이 희망이라는 말 한마디를 붙잡고, 하찮은 감기가 가장 큰 일이 되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기도하고 따뜻한 물 한잔에 감사하며 안부를 적습니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놓치 마시고, 오늘 하루 건강과 안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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