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갔다. Another one bites the dust. 퀸의 노래가 귀를 때린다.
본디 내용이야 갱들의 싸움, 아니 깽판을 치는 악당들의 노래라했다. 그런데 '서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게 다르다'는 말처럼 애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생각하자니 세상 모두가 깽판처럼 보일 지경이다. 사람값 못하는 사람으로 버티다
그냥 그렇게 흙바탕에 쳐박혀 죽어가는 사람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어둠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발전소 근무자, 비정규직 그 젊은이의 처지가 자꾸 맴돌기 때문이다. 언제가 되야 사람으로 태어나면 당연히 사람답게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을까.. 이리 살다간 사람을 향해 총알 날아가는 소리가 오히려 즐겁게 들리는 그런 잔혹무비한 세상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않으리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견디다 못한 민초들의 혁명과 반란이 또 시작되기 전에..더 늦기 전에, 그리 험한 꼴 또 보기 전에 조금씩 양보하고 아쉽지만 합심해서 이 팍팍한 세상을 제대로 되돌릴 수는 없을까. 그래서 프레디의 외침, 사람 죽는 게 신이 난다는 그 절규가 그저 즐거운 노래 가락으로만 머물 수는 없을까?
퀸의 노래("Another one bites the dust" 자막):
https://youtu.be/VYZ5n5FM9dg
노래 소개 및 가사 번역:
https://namu.wiki/w/Another%20One%20Bites%20the%20D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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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one bites the dust 누가 먼지를 물었다.
우리 말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된다 등에 쓰이듯이... '죽었다'는 의미의 매우 저급한 표현. 먼지를 입에 무는 것이나 눈에 흙이 들어가는 것이나 편안히 죽는 상황은 아닐 터이니, 명대로 살다 죽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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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끼어 사망한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4시간 방치
등록 :2018-12-1-12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참가 신청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9·10호기 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생전 모습.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제공.)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9·10호기 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생전 모습.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제공.)
24살 청년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 불렀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뭐든지 잘 먹었는데, 특히 치킨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청년을 두고 “밝으면서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열정이 넘쳤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9월17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생애 첫 직장이었는데, 1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청년은 얼마 전 가족에게 ‘힘들기는 한데 배우는 단계이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9월17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생애 첫 직장이었는데, 1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청년은 얼마 전 가족에게 ‘힘들기는 한데 배우는 단계이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년 김용균(24)씨는 그러나, 밤샘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트랜스포머 타워 04시(C) 구역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현장 점검을 위한 순찰 업무를 하던 도중이었다.
김씨를 발견한 동료 이아무개(62)씨는 경찰에서 “전날 밤 근무에 투입된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찾다 보니 기계에 끼여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10일 오후 6시에 현장에 투입돼 11일 아침 7시30분까지 발전소 내부 4~5㎞ 정도 거리를 혼자 걸어서 순찰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김씨는 밤 10시21분 이씨와 한차례 통화했고 14분 뒤 사고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계에 끼여 숨진 지 4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김씨를 발견한 동료 이아무개(62)씨는 경찰에서 “전날 밤 근무에 투입된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찾다 보니 기계에 끼여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10일 오후 6시에 현장에 투입돼 11일 아침 7시30분까지 발전소 내부 4~5㎞ 정도 거리를 혼자 걸어서 순찰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김씨는 밤 10시21분 이씨와 한차례 통화했고 14분 뒤 사고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계에 끼여 숨진 지 4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화력발전소에서 김씨는 동료 11명과 함께 1일 4조2교대로 일했다. 주간-야간-휴무-휴무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주간일 때는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저녁 6시30분까지 11시간, 야간일 때는 저녁 6시30분에 출근해 13시간이 지난 다음 날 아침 7시30분에 퇴근한다. 근무 시간에는 휴식이 없다.
김씨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려졌다. 비정규직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연 ‘비정규직 그만 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지난달 12일부터 나흘간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청와대와 대검찰청, 국회 앞 등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
자신을 “20년째 전기를 만드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오늘 동료를 잃었다. 24살 꽃다운 청년이 석탄 이송하는 기계에 끼여 머리가 절단났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또 “지난 10월1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 이제 더는 내 옆에서 죽는 동료를 보고 싶지 않다”며 “하청 노동자이지만 국민이다. 제발 더 죽지 않게 해달라.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처참한 죽음과 이후로도 그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오랜 시간 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자회견장은 금세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더구나 김씨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 참가 신청을 위해 2달 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씨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케이티(KT) 외주업체 노동자 김철수씨는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도 똑같은 상황에서 차에 치여 맨홀에 빠져 죽은 동료가 생각났다. 내 손으로 밧줄 끌어 올려서 119타고 대학병원에 갔다. 응급실에서는 현장 즉사라는 판정을 받았다”며 “(회사는 동료를) 산재처리 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처리해 숨기려다가 변호사 통해 산재처리 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발생한 케이티 아현국사 화재 이후 선로를 복구하는 작업은 모두 김씨와 같은 외주업체 직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수당은 수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통신선로 까는 일만 수십 년 했다. 일당이 14만원이다. 우리 인건비는 왜 안 오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집에 돈 150만원 가져다주면 생활이 안 된다. 더이상 빚도 낼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최근 발생한 케이티 아현국사 화재 이후 선로를 복구하는 작업은 모두 김씨와 같은 외주업체 직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수당은 수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통신선로 까는 일만 수십 년 했다. 일당이 14만원이다. 우리 인건비는 왜 안 오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집에 돈 150만원 가져다주면 생활이 안 된다. 더이상 빚도 낼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찾았던 노동 현장인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도 무대 위에 올랐다. 그는 “5월12일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와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박한 심정이다. 한낱 꿈, 희망이 아닌 절박한 심정이, 우리의 마음이 전해지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간제 교사, 화물차 운전 등 비정규직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노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였다. 2017년 5월12일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던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희망을 꿈꿨다. 1년6개월이 지난 오늘, 인천공항에서는 그 어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강릉선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던 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다.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이라며 “케이티엑스 선로이탈과 케이티 통신 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표 100인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하며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든 광화문 광장이든 티브이(TV) 토론이든 어디서도 좋으니 한 번 만나달라”고 요구했다.
또 “강릉선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던 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다.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이라며 “케이티엑스 선로이탈과 케이티 통신 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표 100인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하며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든 광화문 광장이든 티브이(TV) 토론이든 어디서도 좋으니 한 번 만나달라”고 요구했다.
김씨의 죽음도 한국의 어느 노동 현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서부발전이 단가를 낮게 제시하는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2인1조 업무를 돌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동료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이날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부상자도 19명이었다. 김씨와 함께 일한 한아무개(26)씨는 “컨베이어벨트가 힘이 세니까 기계에 몸이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2인1조로 일하면 안전 스위치가 있어서 다른 동료가 줄을 당기면 기계가 멈춘다”며 “순찰할 때 한 사람씩만 들어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이날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부상자도 19명이었다. 김씨와 함께 일한 한아무개(26)씨는 “컨베이어벨트가 힘이 세니까 기계에 몸이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2인1조로 일하면 안전 스위치가 있어서 다른 동료가 줄을 당기면 기계가 멈춘다”며 “순찰할 때 한 사람씩만 들어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당국도 회사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김씨가 1인 근무를 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은 경찰에서 ‘근무 매뉴얼에 2인1조 근무 원칙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버홀(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진행하는 계획 정비) 중에는 2인1조를 반드시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상 운영 중 순찰은 혼자 하게 되어 있다”며 “우리가 그 제도를 만든 건 아니고 이 업무를 책임지고 하는 한국발전기술이 그렇게 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근무자가 12명이지만, 운전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 근무 인원은 6명에 불과해 관례적으로 1인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근무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법 위반 여부 등도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상 운영 중 순찰은 혼자 하게 되어 있다”며 “우리가 그 제도를 만든 건 아니고 이 업무를 책임지고 하는 한국발전기술이 그렇게 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근무자가 12명이지만, 운전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 근무 인원은 6명에 불과해 관례적으로 1인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근무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법 위반 여부 등도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선담은 최하얀 기자, 태안/송인걸 기자 bong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3971.html?_fr=st4#csidx1d35caf7e53dc639116643a694400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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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살인자 체제 등록 :
2018-12-13 박권일 사회비평가
사람을 갈아
넣을수록’ 이윤이
발생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안 하면
바보’다.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및 노동시장은
‘투자자-살인자
체제’다. 이윤을 추구할수록 사람을 죽이게
되고, 살인을 피하려고 하면 거꾸로
기업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두 개의 뉴스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먼저 읽은 뉴스는 ‘4조5천억 회계사기 삼성바이오 ‘상장 유지’ 결정’이었다. 한국거래소는 단 한 번의 회의로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했다. 거래 정지가 장기화되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강해진다는 점, 유지 결정은 단순히 심사기준에 따른 것이며 분식회계의 면죄부는 아니라는 점 등 친절한 해설도
붙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다. 상장 폐지가 당연하다는 전문가는 제법 있었지만
실제 그리될 거라고 전망한 이는 드물었다. 2015년 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는 임원들의
횡령 혐의까지 겹친 최악의 기업 비리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혹은 놀랍지 않게도, 상장 폐지를 피했다. 당시 ‘주식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이들 사건이
언급될 때 단골로 소환되는 사례가 있다. 그 유명한 엔론 사태다. 미국 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던 엔론의 회계부정이 밝혀지자, 상장 폐지는 물론 회사 자체가 파산했다.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4개월 형을 받아 감옥에 갔고, 주주와 채권자들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미국 자본시장의 이런 대처를 보면 왜 한국 자본시장이 신뢰는 고사하고 조소의 대상인지 알게 된다.
다른 하나의
뉴스는, 12월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젊은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참혹하게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실은 같은 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기자회견 자리에서 처음 알려졌다.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야간업무를 하청노동자 혼자 수행하다 일어난 참변이라는 점에서, 2년 전 구의역 19살 노동자 사망사건과 판박이다.
삼성바이오
상장 유지와 젊다 못해 어린 노동자의 죽음.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건은 사실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이 동전은 체제의 본질을 외설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주주의 이익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익은커녕 생명조차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인력 감축과
외주화가 발표되면 주주·투자자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민영화하고, 노동자를 자르고, 하청을 늘려갈수록 기업의 주가는 상승한다. 물론 기술혁신과 윤리경영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그것이 주식에 반영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런 기업은 유니콘처럼
희귀하다. 한국에선 특히 그렇다. 성장과 이윤 확보는 오랫동안 인력 감축과 외주화의 다른 말이었다. 수많은 노동자가 절체절명의 위험 속에서 일하고, 때로 목숨까지 잃었다. 이것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번드르르한 용어의 실상이다.
‘사람을 갈아 넣을수록’ 이윤이 발생하는데, 별다른 사회적·법적 규제도 없으니 기업 입장에선 ‘안 하면 바보’다. 만약 주식시장에서 잘나가는 어떤 상장기업이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화하고 안전관리 비용을 크게 늘리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고 치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주주들이 회사로 몰려가 농성할지도 모른다. “왜 쓸데없는 짓 하냐”고 말이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및 노동시장은 ‘투자자-살인자 체제’(investor-murderer system)다. 이윤을 추구할수록 사람을 죽이게 되고, 살인을 피하려고 하면 거꾸로 기업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이 체제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 수장이 된 잭 웰치의 전설적인
연설(‘저성장 경제에서 기업의 성장’) 이후, 경영진이 주가와 배당 같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주주가치경영 원칙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그러나 웰치는 28년 후인 2009년, “주주가치는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였다고 공개 반성한다. 엔론 사태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미국
사회는 단기실적주의가 기업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해가 된다는 깨달음을 점차 공유하게 됐다.
둘째, 이 체제가 얼마나 부도덕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입법·사법·행정·언론권력이 모두 썩었지만, 제일 썩은 게 ‘시장권력’이다. 시장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소소하되 확실한 행복은 누군가의 목숨 건 노동과 끔찍한 죽음으로 지탱되어온
것이다. 이 사실을 좀 더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구조적인 부정의에 대한 집단적 책임의식이야말로 사회를 더 낫게 바꾸는 싸움에 필수불가결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4346.html#csidx3c54ea88474ac5493402e85711627cf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4346.html#csidx3c54ea88474ac5493402e85711627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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