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Blogger

2018-12-1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영화가 있습니다.

 졸지에 횡재를 한 사람의 뒤를.. 돈을 노리는 악마가 쫓습니다. 결국 횡재는 횡액이 되어 비명횡사의 잔혹극이 되었고, 그 횡재의 옆에 있던 애먼 사람조차 죽습니다. 애써 정당하게 번 돈이 아니면, 수상하거나 엄청난 돈은 악마의 떡밥이란 이야기. 땀흘려 번 정도를 벗어나는 큰 돈은 결국 지옥문의 열쇠란 교훈. 그리고 이런 세상을 모르쇠하거나 당연시하는 모두에게 비극은 부메랑이 될 것이란 경고.

마지막 장면. 살인극을 마감하고 나서다 충돌사고로 팔이 부러진 악마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아이 둘. 그 중 하나에게 많은 돈을 건네주며 악마가 거래를 제안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지라던 아이들에게 악마는 피묻은 돈을 건네고, 돈으로 얻은 셔츠로 팔을 동여매고 사라집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 당연히 옷 하나 쯤이야 그냥 벗어줄 착한 생각이었던 두 아이였지만 악마가 사라지자 그가 건네 준 피묻은 돈을 손에 쥐고 다투기 시작합니다.
이런 건 둘이 나눠야 한다.. 아니 옷을 벗어준 내 것이다.’
 
돈은 좋은 것이고, 많은 돈은 더 좋은 것이며, 그러므로 엄청난 돈을 갖는 게 바로 인생의 목표라고 가르친 것은 아닌지..영화 속 노인들은 자문합니다. 어떤 경로를 통했건, 자신이 가진 그 돈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든, 그저 돈 만이 최고인 세상,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은 현실 앞에서 노인들은 한 숨을 내 쉽니다.
 
전통이 존중되며, 경륜을 대접받던 예측 가능한 세상은 사라졌고, 돈의 위력 앞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평안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세상.. 당연히 늙고 둔한 노인들을 위한 장소 또한 없습니다. 돈이 매개한 우승열패의 경기장. 돈을 잘 챙긴 것이 우수한 것이며, 그러지 못한 것은 저열한 것. 그리고 승리하는 자만이 모든 것의 결정권을 가진다는 이 냉혹한 세상 앞에서 노인들을 위한 세상 - 아니 어느 누구도 노인이 되지 않을 수는 없겠기에 - 사람을 위한 세상은 사라졌습니다. 부자에게는 자식이 없고 상속자만 있듯이, 사람들 눈에는 돈 만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보통사람 급여의 수십 수백 배를 챙기면서도 그걸 불로소득이 아니라 당연한 댓가라고 외쳐대는 대기업 이사들의 합리화된 위선은 그렇다치고... 그런 횡포를 비웃기라도 하듯 직장인 봉급의 수십만 배의 돈을 챙겨놓은 채, 강남 최대의 삼성병원 최상층을 전세낸 것처럼 차지하고, 의식없이 몇 년째 누워 버티며 자식에게 천문학적 돈을 물려주려는 막장 좀비 드라마에 이르면... 소름끼치는 탐욕 앞에서 입을 다물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엄청난 돈 - 스톡 옵션, 폭등한 부동산, 그리고 보통사람의 수백 수천배가 넘는 보수에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면, 그 같은 횡재와 불로소득이 있는 곳에 또아리를 튼 악마가 출몰하는 세상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런 세상에 한 발을 들여 놓고 있는지 모릅니다.

 진짜 많은 돈을 받아야될 사람은, 여차하면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가는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도 그렇게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는,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을 원한다면, 보통사람의 백배 천배 많은 돈을 챙긴 이들에게 걸맞는 세금을 부과하며, 비리와 편법이 일상인 무리들에게 서릿발같은 법과 원칙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불편한 졸부들에게는 마지막 한 마디가 있습니다.
 
공수레 공수거.
올 때 빈손이었듯, 갈 때 그 돈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더라.
 
 
 
 

=========================================

시인 예이츠는 이렇게 노인들을 안타까워합니다.
 
늙은이는 다만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걸린 다 헐어진 옷,
만일 영혼이 손뼉치며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하지만 에이츠가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말했던, 욕망으로 병들어 죽어가는 동물의 심장을 태워 없애고, 영원한 예술품 같은 미래가 펼쳐지는 모두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 노인이 진정으로 행복한 나라는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던 이단의 신앙, 기독교까지 끌어들이며 어떻게든 버티려 몸부림쳤지만,  결국 난장판이 되며 망해버린 대 제국 로마. 그 절망 앞에서  여전히 굳건한 동방의 비잔틴 제국을 바라보던 로마인들의 실낱같은 꿈.  지금이라도 실현될 수도 있다는 희망.  못내 이루지 못한  그  꿈이 이제라도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지.
 
---------------------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예이츠(Yeats)  / 파인 편역 
 
1
내가 떠나온 저 땅은  늙은이들이 살 나라가 못 된다.

서로 껴안고 있는 젊은이들, 나무 속의 새들
- 저 죽어 가는 세대들 - 은 노래를 부른다.
 
연어의 폭포, 고등어 우글대는 바다,
물고기, 짐승, 온갖 새들 만을 온 여름 내내 찬미한다.
그래보았자 그저 배고 태어나고 결국 죽을 운명이건만.

하지만 이 따위 관능의 음악에 흘리다보니,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에는 누구도 눈조차 주지않는다.
 
2
그 땅에서  늙은이는 다만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걸린 다 헐어진 옷,

만일 영혼이 손뼉치며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죽어야 할 옷의 조각조각을 위해
더욱 더 소리 높이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고작했자 거기엔 영혼의 장려한 기념비나 공부하는
노래의 학교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건너
성스러운 이 도시, 비잔티움으로 왔다.
 
3
저 벽의 황금빛 모자이크 속에 있는 것처럼
신의 성스런 불 속에 서 있는 성인들이여,
성화(聖火)로부터 나오라, 감돌며 내려오라,
 
그래서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라.
 나의 심장을 태워 없애라.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동물에 얽매여
심장은 스스로가 뭔지도 알지 못하니,
억지로라도 나를 영원한 예술품 속에 넣어 다오.
 
4
언제고 생의 굴레를 벗어난다면
나는 결코 이전과 같은 몸을 탐하지 않으리,
 
오직 희랍 금세공이
졸음 오는 황제를 깨워 놓기 위해,
 
혹은 비잔티움의 귀족과 귀부인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노래하기 위해

황금가지 위에 앉혀 놓은 금박,
아니 황금 에나멜로 만든
그런 불멸의 형상이 되리라.
 
----------------------
 
Sailing to Byzantium

1.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Those dying generationsat their song,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Monuments of unageing intellect.
 
2.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3.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4.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ling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

사족:
 식민지인 아일랜드 땅에서 " 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다"는 비잔티움으로 항해를 꿈꾸며 독립운동에 열심이었던 예이츠.
 천신만고 끝에 해방된 조국에서 독립의 기쁨을 맛보고 고위직 공무원까지 되어 우리에게 정의가 승리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작은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
●●● (로그인없이...익명으로도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