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숙청과 혁명을 말한 것은 일단 심각한 사안이었다. 한국 극우의 야단법석을 보고 놀란 백악관의 신앙담당 보좌관의 난감함. 또는 협상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된 압박이었을 수도 있었다. 한국극우가 끼친 영향이었다면 협상도 하기 전에 자신의 목에 비수를 꽂는 꼴이었기에, 한국은 현지에서 대기 중이던 비서실장을 움직여 상황을 정리했다.
한편 선수를 치려는 의도라면 이미 대안이 있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백악관을 금빛으로 도배한 트럼프의 취향을 르네상스라 칭찬하고, 미대통령 중 유일하게 김정은과 직대한 그의 자부심도 추어세우자 그는 흔들렸다. 노벨 평화상이 눈앞에 어른거렸을 수 있다.
사실 그는 세부 협상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언제고 쥐고 흔들면 상대가 엎드리는 판에 그는, 협상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행보를 세기의 업적이라는 환담에 빠져들었다. 회담은 꿈처럼 끝나고 재명이 문을 향해 나서자 그는 아차했고, 보좌관들에 둘러싸여 뒷수습을 하느라 미처 따라나서지 못했다.
트럼프가 재명을 따라 문밖까지 배웅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런 저런 환대와 환사로 재명을 맞이했던 그가 마지막에 헛발질을 하게 된 요인이라면, 어떤 의도가 아닌, 예상치 못했던 자신의 업적과 경력에 대한 진솔한 칭찬에 있었다. 지금까지 다른 상대들 대부분이 긴장하며 바라보던 강한 시선은 간 데없고, 마치 동네 동생처럼 다가서던 재명 앞에서 - 하늘높이 날아오른 자부심에 홀리면서 - 정신줄 잠시 놓았던 사람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숨어있었다.
트럼프의 자신감은, 기대하지 않았던 칭찬의 홍수 속에 자부심으로 공중부양했고,
한국과의 회담은 이렇다할 실무 논의 없이 환담으로 막을 내렸다.
아래 방명록에는 협상 직전 첫 만남에서 공치사로 서명하던 트럼프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이런 취지에서 그가 회담이 끝나고 문밖까지 재명을 배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례가 아니라 의도치 못한 실수로 보는 게 맞다. 그러니 찧고 까불며 일희일비할 사안은 아니다.
핵심은..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자료: 이재명 대 트럼프의 첫 만남.. "트럼프 '숙청' SNS 퍼뜨린 한국인들, 누구인가?"
https://www.nocutnews.co.kr/news/63908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