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공장식 밀집사육의 체험.
닭은 A4 용지 절반 넓이의 공간을 배정받은 채 자고 먹고 싸다가 50일 정도 지나면 능지처참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최소 생존환경에서 사람도 살 수 있을까? 뜬금없이 여객기 이코노미 석이 생각 납니다. 열댓시간씩 무릎조차 제대로 뻗을 수 없는 공간, 그 자리에 꼼짝말고 앉아 주는대로 먹고, 앉아서 졸며 7인치 화면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저 비참한 닭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상태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고압전류에 감전되 최후를 맞는 닭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이코노미 석 승객은 이런 상황에서 버티다 보면 나름의 새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모두가 이런 치킨용 닭과 유사한 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다리를 원없이 주욱 뻗는 것은 기본이고, 안방처럼 편히 누워서 자다가 내릴 때가 되면 상냥한 목소리로 깨워주는 사람도 있는 공간이, 이 양계장 닮은 공간의 커튼 너머에 있습니다. 이코노미 석은 이전에는 3등석으로 불렸던 하층 계급용 명칭에서 유래한 자리이고, 다른 좌석은 일등석, 아니면 이등석이라 불렸던 비지니스 클래스 이상의 좌석입니다. 본디 급이 다른 게지요.
궁금증이 피어납니다. 대체 3등석에 타지 않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능력과 재산이 많아서 적게 잡아도 백만원이 더 드는 그런 자리를 차지했을까? 혹시 나머지 사람들은 - 자신들은 안 그런 줄 알지만 - 저 닭과 다름없이 사육되며 뜯기다가 결국 공포 속에 최후를 맞는 닭장 속 닭 처지일 뿐이고, 그 나머지 사람들이 이름 그대로 치킨을 밤낮없이 뜯으며 사는 진정한 인간, 호모사피엔스, 아니 호모치킨먹기스는 아닐까?
우리 모두가 저 소수의 인간들처럼 비지니스석 정도의 환경에서 10 시간을 여행하게되는 그런 세상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해외 골프 여행 길이라며 비지니스 석에 앉은 저 젊은이는 과연 무슨 경력이 있어서일까? 연수입이 수십억이 넘고 집이 6채씩 된다는 한국 사회의 1% 층이 과연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뛰어난 능력이 재산축적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명예와 책임감의 원천이 되고, 대단한 노력은 인간성의 승리와 자존심의 근거가 될 뿐, 이런 능력과 노력으로 인류가 이룩한 사회적 부는 가능한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다면, 굳이 필요없는 부귀와 생존을 위한 다툼과 전쟁, 시기심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까? 잘 달리는 사람이 경주 능력에만 자부심을 갖고, 머리 좋은 사람이 세상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에만 긍지를 느끼는 그런 세상은 불가능할까 궁금해집니다. 혹시 스칸디나비아 어느 두메쯤에서 그 실마리가 보일 듯도 합니다만.
꼼짝말고 앉아 있으라는 듯한 3등석의 밀착 구조..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7인치 모니터 화면. 앞사람이 의자를 눕히면 모니터는 내 코 앞까지 다가오고, 뒷 사람이 내 의자를 발로 차면 다툼이 나기 딱 좋은 구조. 옆 사람이 비대하면 함께 쓰는 팔걸이 싸움은 백전백패. 창문 커튼은 최소한 세 사람이 동의해야 열거나 닫을 수 있을 터이고, 그 마저도 승무원이 닫으라면 닫아야 할 수밖에...
나름대로 사생활이 존중되고, 침대를 꺼내면 제대로 발뻗고 누워서 잠들 수 있는 2등석, 비지니스 클래스. 19인치 모니터와 창가의 경우, 창문 가림막을 개인적으로 여닫을 수 있는 구조. (1등석과 차별적인 단어를 미화해 보려고 요즘은 비지니스란 표현 대신 '프레스티지'란 모호한 표현이 유행중)
완벽한 격리 공간. 웬만한 1인 침대의 가로 규격을 능가하는 점유 면적의 1등석,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누워도 괜찮더라는 소문의 코스모 스위트 클래스. 예전에 그저 '스위트'라 부르던 것이 이름까지 격상된 느낌. 24인치 TV 모니터. 창문 두개가 할당된 여유로움. 복도와 차단되는 문은 항공사에 따라서는 완전한 격실 구조인 경우도 있음. 그마저도 싫은 사람은 - 아예 옆 자리 포함 - 좌석 두 개를 혼자 몫으로 신청해서 타고 다닌다는 설.. 모 항공사에서 있었던 땅콩 갑질 사건 조 모씨처럼.
1층 앞쪽 4줄 자리가 1등석,
2층 앞쪽 6줄 자리가 2등석, 1등석과 2등석이 공유하는 칵테일 바를 배타적으로 이용 가능.
나머지 공간은 밀집식 사육장을 연상시키는3등석.
- 앞 좌석과 공간이 좁은 데다.. 10줄씩 자리하여 두 사람이 비켜가기에도 좁은 3등석의 복도. 그나마 복도 옆은 양반이고,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은, 옆 사람의 배려 없이는 복도로 나올 수도 없는 구조. 화장실을 가려해도 틈새시간을 노리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화장실 분포:
1등석: 2개 / 12명 (휠체어용 화장실 1개)
2등석: 5개 / 94명 (휠체어용 화장실 1개)
3등석: 5개 / 301명 (휠체어용 화장실 없음)
이런 공간에서 몇시간을 앉은 자세로 버티다가 발작하는 병이 소위 이코노미 좌석 증후군 (economy class syndrome)이라 불리는 혈전 발생으로 인한 급성혈관장애.
매년 항공기 내에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은 응급상황에 처하게 되는 질환.
확실히 구분된 공간. 어쩌다 사람들은 이런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밀집형 닭장과 여객기 좌석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일까? "닭은 닭이고, 3등석은 3등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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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좌석 관련, 더 많은 구구절절 이야기는 아래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010228
https://news.joins.com/article/24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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