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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새해 안부와 함께 여전하시기를 빕니다.





SVBEEQV.
Si vales bene est, ego quoque valeo.


 본문은 이렇게 줄여서도 사용됩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영어 초역은 이렇습니다.
If you are well, I'm well too; If you are well, I am glad.
(si=if   vales=well   bene est=It's good   ego=I    quoque=and    valeo=well)

한글 초역:
 '건강하시다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별고 없습니다.'

의미를 곁들인 의역:
  '여전하시지요, 덕분에 저는 별고없습니다. '
  또는  '여전하시기를 빌며, 안부 올립니다.'

어쩌면 이보다 더 유명한 편지 서두는 오히려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의 셋째 편지)

"SVBEEQV"의 시작은 키케로(기원전 106~43)라 합니다. 시저와 동시대의 인물로 예수가 태어나기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정치 웅변가 겸 문장가로 700통이 넘는 편지가 명문으로 남아있는 대가입니다. 그의 문장을 본딴 편지투가 유행하던 로마시대가 무려 2 천년 전 일인 데 요즘와서 이 상투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틴어를 전공한 한 신부의 수필이 유행하더니, 급기야 시사 평론가 손 아무개가 클로징 멘트로 한번 쓰자 나름 인기가 상승 중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극히 상투적이고 고답적인 편지투는 기원후 90년 경에 사도 요한이 기록한 편지, 요한 삼서에 이르면 결이 달라집니다. 100여전 부터 사용되던, 형식이 앞서던  키케로의 편지투가 매우 실질적인 안부로 이렇게 풍성하게 변화합니다. 그저 안부를 묻고 서로 감사하며 살자던 수준의 문장 차원이 고양되어 일상의 안부를 넘어 이리도 힘든 인생길을 서로 격려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셈입니다.
 아니 어쩌면 정복자 로마인의 평안한 일상과 대비되는 식민지 피지배자, 억압받는 이
단이었던 기독교도들의 상호부조 정신이 보다 합리적이고 일상적인 편지투로 발전한 것이라 짐작합니다.
 물론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히브리어는 성경의 정전이 되었고, 그에 빌붙었던 라틴어가 엉뚱하게도 득세하며 추기경들의 편지투 거들먹거림은 중세 암흑시대를 관통하는 암적 존재로 변질됩니다. 500년전 루터의 종교개혁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이런 고색창연한 상투어 사회가 유럽의 중심이었으리라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난 오늘날 이 편한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과연 나 아닌 사람의 안부와 안녕을, 사도 요한이 그랬듯이 그토록 절실하게 묻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진정 키케로와 요한을 거쳐 암흑시대를 넘어 발전된 문명의 길을 걸어 왔다지만, 과연 진정한 공동체 정신, 이웃의 안부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공감하는 보다 고상한 인간정신의 승리단계에 도달한 것일까요?
 새해 벽두에 다시한번 모두의 안녕과 건안을 빌며, 아직 연하장에 답장없는 지인과 이웃들에게 안부를 한번 더 전해 봅니다.  눈코가 서로 볼 새없이 바쁘고 몸이 목화솜처럼 고단해도,  짧은 소식 한 줄이 서로를 묶어 준다는 말 잊지 않으셨기를 빌며,  해를 넘겨서 안부없는 분들께서도 다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SVBEE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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