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비향] - 황벽선사(黃檗禪師)의 게송.
봄을 기다립니다.
춥고 기막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사 막장굴의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오는 봄에는 재앙과 악귀 모두 물러가고,
선하고 부지런한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세상 모든 이가 이웃집 사촌되며,
고단한 일상을 웃으며 나눠메는
노나메기 천국이 열리게 하소서.
코를 찌르는 매화향,
박비향이 산넘어 남촌에서 불어옵니다.
부모의 인연까지 잘라내며 피워냈던 득도의 매화향이
혹독했던 겨울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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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벗어나기 보통 일 아니나
정신 줄 꽉 잡고 한바탕 해보세
뼛속 저미는 추위 한 번 없다면
코찌르는 매화향이 어찌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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塵勞迥脫 事非常 진로형탈 사비상
緊把繩頭 做一場 긴파승두 주일장
不是一翻 寒徹骨 불시일번 한철골
爭得梅花 撲鼻香 쟁득매화 박비향
노나메기 박비향을 남기고 떠난 장산곶매의 뜰에도 봄이 기웃합니다.
양지바른 모란 공원, 전태일 열사 옆에 백기완 선생의 유택이 자리잡았습니다.
세상이 몹시도 힘들고 아무도 없이 혼자라 생각되는 날이면, 훌훌 털고 모란 공원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백척간두 인생에서 한발 떼기에 자신의 삶을 남김없이 바쳤던 가슴 뜨거운 이들이 나그네를 맞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염원했던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았던 이들 앞에 서면.. 고단하고 억울한 삶이 결코 자신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러기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어깨를 곁고 같이 나아가자는 깨달음 하나 얻으면 다른 세상이 열릴 터입니다.
좌 백기완 선생, 우 전태일 열사, 뒤쪽에 이소선 여사 (전태일 열사 모친) 유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도 (주소: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110번길 8)
(그림을 클릭하여 확대하면, 앞서 나아갔던 열사들의 이름을 제대로 새길 수 있습니다)
사족:
모란공원 묘역 서쪽으로 산 기슭 500m쯤 거리에 흥선 대원군과 그의 큰 아들 이재면(흥친왕, 고종의 형), 이준용(흥친왕의 아들)의 묘가 있습니다. 본디 마포 공덕동에 있던 묘가 파주를 거쳐 이곳에 이른 경위는 망국의 한을 대변합니다. 혹자가 현재의 묘자리를 보고 명당 어쩌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 도시계획에 밀리고 쫓기다 마지못해 잡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동산 넘어 양지바른 동쪽 민주열사 묘소에는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감사하려는 참배객의 발걸음이 이어지지만, 무리수와 간계로 왕좌를 챙겼다가, 자리 보전은 커녕 나라마저 빼앗기고 몰락한 집안 묘지에는 어쩔 수 없는 스산함이 대조적으로 내려 앉아 있습니다. 서산 넘어 어스름 해질 녘에 패망한 왕가의 묘에 서면, 과연 무엇이 중한지 다시 생각해 볼 시간입니다.
대원군 묘 주소: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창현리 산 22-73
(진입로 좌표(카카오 지도) : “///성함.매우.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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