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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6

캄비세스 왕, 못된 판관의 가죽을 벗기다

 기막힌 판결이 횡행하는 요즘 못된 판관들에게 그림 하나를 권한다. 나쁜 판관의 껍데기를 벗겨 징치하던 캄비세스 왕. 그러고도 모자랐던지 그 판사의 자식이 앉을 의자에 가죽 대신 그 껍질을 씌워주었던 교훈.

보고 있는가, 썩은 판관들.
하늘의 그물이 성겨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결코 악인을 놓치는 법이 없으리라.

캄비세스 Cambyses 왕은, 뇌물을 받고 재판하던 판관 시삼네스 Sisamnes 를 체포
그의 가죽을 벗겨 단죄하고,
시삼네스의 아들 오타네스 Otanes 가 성장하자 그를 새 판관에 임명했다.
새 판관 시삼네스가 앉은 의자에는 애비에게서 벗겨낸 가죽이 덮혔다.

이 이야기는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기록된 실화로
캄비세스 2세는 기원전 500여년전 페르시아의 군주였다.

평론가 서경식은 이 그림을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 역시…”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 그림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고 있는 희생자... 깊은 실의 속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부정한 판관의 처형을 보며 독재정치의 희생자를 함께 떠올리는 그의 심상을
타자로서 함부로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그 절실함 만은 누구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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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설명:

후세에 플랑드르의 작가, 헤라르트 다비트 (Gerard David, 1460? ~ 1523)는
<캄비세스 왕의 심판(The Judgment of Cambyses)>이란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은 벨기에 브뤼헤 시의회의 첫 공식 주문작으로, 브뤼헤 시청 시의회 상원 집무실에 걸렸고, ‘정의’라는 추상적 주제와 가혹한 법 집행을 신학적 비전으로 고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 시의회실은 송사가 집행되는 법정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법정 장식으로 중세에 선호되던 주제는 시 의회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시민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모범적 예화를 담은 장면들이었다. 이런 교훈에 캄비세스의 심판은 제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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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개관.

제라르 다비드의 [캄비세스 심판]은 그림 양쪽이 책 처럼 열리는 패널 형식이며
네 부분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좌측 판:
캄비세스 왕의 심판 The Judgement of Cambyses (1498)

우측 판:
부패한 재판관 시삼네스의 가죽 벗기기 The Flaying Of (The Corrupt Judge) Sisam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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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상세 설명:

<그림 1.>


(좌측 판: 체포를 그린 패널. 뇌물 수수와 체포가 한 그림에 동시에 표현되 있다.)

부정이 발각되 체포되는 시삼네스 (자리에 앉아 황망한 표정인 사람)
캄비세스 왕 (좌측에서 손가락을 펼치고 판관의 죄를 나열 중인 사람)

그림 좌측 창 밖 멀리: 두 사람이 뇌물 수수 중.
우측 붉은 옷 입은 이가 뇌물을 받고 있는 판관 시삼네스

<그림 2.>



     (우측 판: 캄비세스 왕, 부정한 판사를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그 가죽을, 판사 자식이 앉게 된 의자에 씌워 교훈으로 삼다.)

우측 판: 처형을 그린 패널. 처형과 후일담이 한 그림에 동시에 표현되 있다.
껍질이 벗겨지는 중인 부패 판관 시삼네스. 고통 속에 이를 갈고 있다.
왼 팔, 가슴, 오른 팔에 박피용 칼이 들어가고 있으며,
왼 다리 껍질은 이미 거의 벗겨졌다.

왼 다리 옆에서 판관의 손을 잡고 외면한 채 있는 것은 그의 아들.
좌우에는 사형집행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각각 도끼를 들고 대기 중인데
아마도 그는 단순히 머리가 잘린 것이 아니라, 사지가 조각내졌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런 살벌한 그림 중앙에는 캄비세스 왕이 홀을 들고 지켜보고 있다.

그림 우측에 멀리 보이는 뒷 배경:

형이 집행된 후 수습된 판관의 가죽으로 만든 의자에 새 판관이 앉아 있다.
그는 처형된 부패 판관 시삼네스의 아들 오타네스.
처형 당시 애비의 손을 잡고 있었던 소년은 나중에 성장하여
캄비세스에 의해 새 판관으로 임명되 자리에 앉은 상태다. 참으로 가혹한 죄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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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왕 캄비세스는 부패한 판사 시삼네스(Sisamnes)를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가죽을 벗겨 죽인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자들은 배를 갈라 서서히 내장을 꺼내 죽였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 즉 도둑질을 한 자는 손목을 베었고, 거짓말을 한 자는 혀를 베었으며, 살인을 한 자는 산채로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교훈은 이러하다.

‘누군가 그대에게 악을 행하도록 충동한다면 그의 운명을 기억하라.
그대 아버지의 운명을 내려다보고 그의 운명이 그대에게 닥치지 않도록.’

현재 이 그림은 벨기에 도시 브뤼허의 그루닝 미술관에 있다.

Groeninge Museum, Bru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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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캄비세스 왕의 재판:

https://ko.wikipedia.org/wiki/%EC%BA%84%EB%B9%84%EC%84%B8%EC%8A%A4_2%EC%84%B8

https://en.wikipedia.org/wiki/The_Judgement_of_Cambyses

https://www.facebook.com/notes/395816438108125/?paipv=0&eav=AfbicSClgHFlEnthIUbQ0Xp_3_Bytg4FTL-WozW-Ck51Adc7AYZf8KA7z4rmTwMcZiY

그루닝 미술관:

https://collectie.museabrugge.be/en/collection/work/id/0000_GRO0040_I-0041_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