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의 배신]
신형 그랜저는 한국 승용차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현대차가 단골을 어찌 보고 있는지 보여준다. 덩치를 키우면서 곳곳에 알루미늄 부품을 대담하게 무쇠로 바꾸고도 태연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랜저는 출시 후 6개월만에 무려 40개 넘는 결함이 보고되고 있다. 차 혼자 급제동을 하는가하면, 변속 불가에 계기판은 먹통이 되고, 시동이 꺼지며, 문을 열 수 없고, 밧데리 방전, 운행 중 좌우로 흔들거려서 운전자를 불안에 떨게 만든다.
(사진: 주행 중 "변속 불가" 경고가 뜬 그랜저의 계기판. )
이러니 중고차 시장에서 맥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 단골 역시 이제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여전히 팔리는 데 고무되었던지 이번에는 쏘나타도 그런 경로를 따르는듯 하다. 겉 껍질 일부만 바꾸고도 가격을 몇백 만원 올린 것은 그렇다치고, 차중이 무거워지며 연비가 그랜저급으로 하락했다. 이익이 많이 남는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다수의 단골 소비자를 봉으로 보며 연료차를 떨이로 팔아 아주 뿌리를 뽑으려는 모양새일까.
묻고 싶다. 이렇게 단골에게 막가는 회사가 과연 전기차라고 제대로 만들까. 발전하는 기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를 향한 진정한 양심이라고 누가 그랬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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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현대차의 제원 비교:
현대차 차종별 중요 제원 비교 | ||||||
차종 | 전장 mm | 무게 Kg. | 트렁크 크기 L | 연료통 크기 L | 연비 Km/L | 코드 명칭 |
G80 2020 | 50051) | 1785 | 4242) | 653) | 10.8 | RG3 |
그랜저 2022 | 50354) | 16205) | 4806) | 607) | 11.78) | GN78) (디 올 뉴 그랜저) |
그랜저 2016 | 49909) | 1590 | 51510) | 7011) | 11.612) | IG |
쏘나타 2023 | 491013) | 149514) | 48015) | 60 | 12.016) | DN8 (디 엣지)17) |
쏘나타 2019 | 4900 | 145018) | 51019) | 60 | 12.5 | DN8 (센슈어스)20) |
아반테 2020 | 4650 | 1230 | 47421) | 47 | 14.5 | CN7 |
첨주: 1, 4, 3, 7, 11)
상위급인 G80보다 터무니없이 길어진 그랜저는 연료통을 쏘나타와 같은 용량까지 줄였다. 알루미늄 재질을 대거 주철로 바꾸면서 무게가 급증하자 이런 꼼수까지 등장한 것. 연비가 약간 상승한 것은 ‘중립주행’, 즉 중립상태로 주행이 가능할 때는 자동으로 중립 기어가 작동하는 체계 때문인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회적으로 획득한 공인 연비가 과연 현장에서도 가능할지는 의문. 엔진은 변하지 않은채 무거워진 차의 연비가 상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첨주 6, 10)
뒷좌석을 뒤로 눕히는 기능(리클라이닝) 때문에 트렁크 용량까지 줄었다. 이래 저래 이전 차보다 대폭 후퇴한 모양새임에도 광고에 홀린 한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팔아주고 있다. 하지만 오금이 저렸는지 더 이상 그랜저의 해외 판매는 없다고 전한다.
첨주 14, 16)
쏘나타 역시 무게가 늘면서 연비가 급전직하했다. 거의 그랜저 수준. 동일 엔진에 무게만 늘면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무게 증가 역시 그랜저처럼 무거운 주철 부속을 사용하며 생산단가를 줄이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외도가 어렵지 두번째 부터는 일상이 된다는 말이 있다.
첨주 15, 19)
쏘나타에 전동 트렁크가 장착되며 겉멋을 내려다가, 부작용으로 트렁크 공간이 줄어 들었다.
첨주 8, 17, 20)
쏘나타와 그랜저는 3세대 플랫폼을 공유하므로 사실상은 뼈대가 동일한 차다. (플랫폼은, 예전의 프레임과 유사한 개념으로 모노콕 보디 차의 골격을 말한다.) 게다가 쏘나타 신형과 구형처럼 코드명(DN8) 이 같으면 플랫폼에서 외형까지 거의 같은 차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지 페이스리프트 (Face Lift), 즉 보톡스 맞은 얼굴을 들이대며, 덩달아 쏘나타의 가격은 몇백만원 인상되었다.
이처럼 실내장식과 일부 외관을 변경하여 값만 올린 소나타를 더욱 멀리 하려는지 , 소나타와 그랜저의 가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알만한 소비자들은 쏘나타와 그랜저를 외면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를 찾으러 나선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슬쩍 빼버린다는 정책... 커티시 램프를 램프가 빠진 반사판으로 슬쩍 교체하더니, 소나타의 뒷자리 열선은 이제 등과 둔부가 아니라 둔부 쪽에만 축소 장착되었고, 그랜저의 자외선 유리창은 기본 사양의 경우 앞 유리에만 적용되었다. 한눈 팔면 바로 코를 벤다.
첨주 2, 21, 3)
연비가 나쁜 G80은 후륜구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대형차이면서도 트렁크 공간이 무려 소형차인 아반테보다 50리터나 작은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골프를 즐기기는 어려운 차지만 소비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팔고 있었다.
제네시스 역시 본디는 70리터 내외이던 연료통을 줄여가며 연비향상에 땀을 내고 있다. 첨단 기술이 아닌 만만한 단골을 상대로 눈속임에 열심인 셈.
폴크스 바겐을 비롯해 단골을 배신한 자동차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현대차 역시 이렇게 처신하면서 여전히 국민차 어쩌고 읍소하는 하소연은 이제 접어야 될 터이다. 외국에는 국내가격 대비 1/3이상 싼 헐값으로 차를 팔아 왔다는 거의 공공연한 비밀에 눈을 감고,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국민차라며 현대차를 안아주었지만 여전히 응석은 그대로인채 배신의 장본인이 된 것은 아닌지. 잡은 물고기 먹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어리광 부리며 아귀처럼 달려드는 현대차의 젖을 땔 때가 된듯하다.
결함만 40개 넘는다는 ‘신형 그랜저’:
https://autopostkorea.com/1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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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감’ 중시하고, ‘비싼 차’ 팔고 싶고…소형차 사라지는 한국
등록: 2023-06-19
도로 좁지 주차하기 어렵지…유럽·일본선 ‘작은차 큰 기쁨’
북미와 호주가 큰 차를 좋아한다면,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은 작은 차가 잘 팔린다. 현대차·기아도 이들 지역을 공략할 수출 전략으로 소형차를 내세우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현대차의 기업 설명회(IR) 자료를 보니, 현대차가 지난해 유럽 현지에서 많이 판매한 차종은 준중형 스포츠실용차(SUV) 투싼과 소형차인 아이(i)20이었다. 여기에 소형 스포츠실용차인 현대차의 베이온과 기아의 스포티지도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들이다.
자동차 시장 동향 등을 전달하는 ‘자동차 산업 분석’ 발표를 보면, 2021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소형차인 푸조 208이고, 이탈리아에서는 경차인 피아트 판다가 최다 판매 차량이다. 그리스에선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소형 야리스가 잘 팔린다. 국내 한 수입차 임원은 “주차할 땅이 넓고 이동 거리가 긴 북미나 호주에서는 큰 차의 수요가 많다. 하지만 도시가 오래돼 좁은 도로가 많고 주차공간도 찾기 어려운 유럽에서는 소형차가 인기다.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보면 차가 미국처럼 커서 놀란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동차 강국인 일본에서도 경차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경차의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은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차 기준은 1990년대 이후 660㏄ 미만의 배기량, 길이 3.4m, 폭 1.48m, 높이 2m 이하로 한국의 경차보다 작은 편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2023년 기준)에서는 스포츠실용차, 미니밴, 트럭, 스포츠카까지 모두 55종의 경차가 판매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후쿠오카무역관은 “(일본인들이 경차를 사는 이유는) 각종 세제 혜택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거주하는 곳의 주차장 규격에 따라 경차밖에 살 수 없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에서는 도요타의 소형차 야리스가 잘 나간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소형 스포츠실용차인 크레타를, 브라질에서는 소형 스포츠실용차인 에이치비(HB)20을 주력모델로 삼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car/1096491.html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