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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사형? 과연 정의로운가. <극단의 형벌> (스콧 터로) 2005-02-03

살인한 자를 사형시켜야 하는가? 그것은 또 다른 살인이 아닌가?
희대의 살인범 한 사람이 구치소 분위기까지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 처음과는 달리 그는 반성하는 빛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쨌던 살인이라는 생각으로 살펴 봅니다. 서평 하나를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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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조폭 한명 데리고 가겠다"..조폭들 "혼내주겠다" 코웃음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연쇄 살인범 유영철(34)이 최근 "죽기전에 조폭 한명과 경제사범 한명은 데리고 가겠다"고 공언, 구치소측이 유영철 계호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입감자들의 `군기반장' 노릇을 했던 유씨는 구치소에 입감된 직후 동료 수감자들을 한번 둘러보고선 이같은 말을 던져 수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을 들은 구치소측은 아연 긴장, 유씨 전담 계호요원을 4∼5명으로 늘리며 유씨와 다른 수감자들이 접촉할 기회를 아예 봉쇄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유씨의 말을 전해들은 조직폭력배 수감자들이 코웃음을 치며 유씨를 한번 혼내주겠다고 벼르고 있어 구치소측은 이들의 유영철 접근도 막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씨는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자꾸 내 자백에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물증을 가져오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어 검찰 수사팀을 당혹케 하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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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 연쇄살인범 유영철(34)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피해자 유족의 탄원서를 읽은 유씨가 피해 유족에게 보낸 답장이 공개됐다.

유씨는 자신의 흉기에 노모와 부인, 아들 등 일가족을 잃고도 "죄는 밉지만 사형만은 말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경찰에 보냈던 '서울 구기동 사건' 피해유족 고모(65)씨에게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염치없는 줄 알지만 어르신께서 제게 보내주신 글을 보고 너무 감동이 돼서 참회하는 심정으로 몇자 적게 됐다"고 썼다.

유씨는 "지금 와서 어떤 말씀으로 사죄를 드려도 어르신의 마음에 위로가 안되실 것이라 믿는다"며 "용서를 구하고자 이렇게 용기를 낸 것이 아니라 다만 저같은 인간을 벌하지 말라 하신 어르신의 간곡함을 읽고 이 인간이 얼마나 못난 짓을 했는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유씨는 "제가 어렵게 자라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한 여성의(에 대한) 배신감을 그렇게까지(밖에) 표출하지 못했던 정말 나약하고 못난 인간 이하의 인간이었다는 걸 알았다"며 "소박한 꿈을 향해(이루기 위해) 살려고 발버둥도 쳤지만 내 의지와 다른 수렁의 길에 접어들기를 반복했다"고 썼다. 유씨는 이어 "검거 당시 기회가 여의치 않아 많은 유가족들에게 사죄를 드리지 못한 점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어르신께서 어떤 방법으로든 저의 심정을 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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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이름으로 살인’ 과연 정의로운가



“이 책은 경험에 바탕을 둔 개인적 기록이므로 학술적인 책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극단의 형벌〉(도서출판 교양인) 지은이 스콧 터로는 책 꼬리에 이런 ‘단서’를 달았다. 수많은 ‘학술적 관심’이 이 책에 쏠릴 것을 진작에 예상한 듯하다. 그러나 비록 그것이 ‘오해’라 할지라도, 이 책이 사형에 대한 법학·사회학·철학적 논점들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최근 사형폐지특별법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건국 이래 최악의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이 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그 학술적 의미를 더한다. 사형은 작금의 한국 사회가 다뤄야 할 ‘극단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형 폐지론과 존치론 사이의 넓고 깊은 ‘해자’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공론화’의 조짐이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단의 형벌〉은 사형이라는 화두를 안고 끙끙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하나의 대안’을 던진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자리잡은 균형감은 미국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인 스콧 터로의 독특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공화당 출신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 조지 라이언은 지난 2000년 3월 사형집행의 일시 중지를 선언하고 사형제도 개혁을 위한 ‘사형 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2년여에 걸친 위원회 활동의 한 주역이 스콧 터로다.



그는 연방 검사 시절 살인혐의자의 사형선고를 기쁘게 받아들였고, 형사소송 변호사 시절엔 사형 선고 사건의 오류 앞에 경악한 ‘사형 불가지론자’다. “경찰의 살인 무기 사용 등의 국가 폭력은 필요하다”고 믿는 그는 미국 보수주의자의 전형이기도 하다.





검사출신 변호사 스콧 터로, ‘극단의 형벌’경험통해 사형제 폐지·존치론 넘나들다

무고한 사형수 사례등으로 “폐지” 결론.



바로 이 점이 각 학문 분과를 넘나들며 존치론과 폐지론의 경계를 실증적으로 허무는 지은이의 연구에 ‘매혹’당하는 이유다. 그는 사형 존치론의 함의에 대한 기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고 복잡한 논란의 가닥을 잡아가며 사형제도 폐지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그가 보기에 “사형 논쟁은 한 나라의 정신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궁극적 원천이 시민이라면, 정부가 자신보다 우월한 권력을 가진 시민을 죽이는 것이 허용될 수 있을까”라는 게 그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여러 논점 가운데 사형이 범죄억제의 효과가 있다거나 반대로 살인을 부추긴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논파하는 대목은 이 책이 갖는 미덕을 그대로 웅변한다. 철학적 논쟁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정책의 관점에서 대안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다.



살인과 사형을 ‘온몸으로’ 체득한 그의 탁월함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복수의 도구로서의 사형’에 대한 논증 부분이다. 그는 “일관되게 사형을 지지하는 집단이 피살자의 유족”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살인으로 잃는 것은 이 잔인한 인생에서 우리가 받는 다른 어떤 타격과도 다르며, 이런 상실은 이성과 규칙에 따르는 법치에 대한 ‘특별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살인범이 여전히 존재의 작은 기쁨을 누린다는 것의 불합리”에 대한 지은이의 ‘공감’은 그러나 “전체 공동체 역시 피해자의 잠재력을 뺏긴 것이므로 처벌은 ‘유족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무죄가 입증된 사형수, 경찰과 검찰의 직권남용, 사형제도의 사회적 비용, 공동체의 도덕적 균형, 법률시스템의 우연성과 편파성, 사형논란의 역사적 맥락 등이 이 책에 등장한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사실상의 모든 논점을 망라한 것이다.



스콧 터로가 속한 ‘사형위원회’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일리노이주는 2003년 1월 167명의 사형수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40년형으로 감형하고, 제도 전반에 대한 폭넓은 개혁작업에 돌입했다. 사형폐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사형국가’인 미국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지은이는 “법의 예리한 규칙들은 결코 도덕적 모호성이라는 어둠을 베어내지 못하며, 처벌만으로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 길로 이끌 것인가. 이제 ‘한국적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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