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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 박홍규 2007-09-08

천년 만년 살 것 같아도,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 한 걸음 다가설 것입니다.

그렇게 막은 가까워 집니다.

참, 인생 뭐 그리 대단한 것 없습니다.



삼순이가 되었던,

이거니가 되었던

똑같이 오늘도 먹고, 싸고,

그리고 피곤한 몸을 눕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냉소가 반성으로

반성이 성찰로 바뀌고

그런 우스운 삶에서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되면

이풍진 세상 한번 살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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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박홍규(영남대 교수),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비판과 성찰에서 자유의 웃음을 보다.



절대진리 부정한 회의주의자, 몽테뉴의 '에세' 40년 함께하며

마음에 닿은 '내 이야기' 에 새롭게 겹쳐쓴 또다른 '에세'.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문고본 시리즈 이름은 ‘크세주’다. ‘크세주’ 문고는 1941년 첫 출간 이래 지금까지 3600종이 나온 이 나라 최대의 문고본이다. 간결한 3형식의 프랑스어 의문문인 이 문고본 이름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뜻인데, 이 질문의 지성사적 뿌리는 미셸 드 몽테뉴(1533~1592)에게 닿아 있다. 근대 프랑스의 문학과 사상의 비조로 꼽히는 몽테뉴는 평생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반성적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 몽테뉴가 남긴 대표작이 우리에게 ‘수상록’이란 번역어로 알려진 <에세>다. 1572년 공적 생활에서 스스로 은퇴해 죽을 때까지 20년 동안 집필한 방대한 저작이 이 책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외진 마을 몽테뉴 성의 좁다란 3층 서재에서 정치·사회·문화·종교 따위 세상의 온갖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찬찬히 음미할 때 그가 사유의 원칙으로 삼은 것이 “나는 무엇을 아는가?”였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쓴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는 이 르네상스 지식인의 삶이 통째로 스며 있는 저작을 마치 산책하듯 읽으며 쓴 책이다.



중학교 시절 처음 이 책을 접한 뒤 40년 동안 여러 번 통독했다는 지은이는 <에세>의 수많은 문단 가운데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을 살펴 읽고 거기에 자기의 생각을 포개 놓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에세>에 대한 또 하나의 ‘에세’이며, <에세>위에 겹쳐쓴 ‘에세’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에세’라는 말은 ‘가벼운 수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시도’ 또는 ‘시론’으로 옮겨진다. 이 세계와 자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론의 형식으로 풀어놓은 것인 셈이다.



지은이는 몽테뉴의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웃음’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몽테뉴는 웃는다. 세상에 대해 웃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웃는다. 그 웃음에는 약간의 쓴 맛이 감돈다.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크세주’의 정신에 따라 회의주의자의 자세로 이 세상과 마주본다.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는 모든 기성의 권위와 제도를 비판적으로 들춰보는 것이다. 그 비판성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면 성찰성이 된다. 그는 자신이 독단에 빠지지 않는지 끊임없이 돌아본다. 그런 자기비판의 자세로 들여다본 그 자신은 모순으로 가득찬 존재다. “수줍음이 많으면서 건방지고, 정숙하면서 음탕하고, 박식하면서 무식하고, 거짓말쟁이이면서 정직하고, 관대하면서 인색하고, 구두쇠이면서 낭비가”인 것이 그가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 자신의 모습이다. 지은이는 몽테뉴의 이 고백을 읽으며, “바로 내 이야기다”라고 덧붙인다.



<에세> 속에서 몽테뉴는 그 비판성과 성찰성으로 “당대의 모든 지적 권위를 부정한 자유로운 지성”으로 나타난다. 그 ‘자유로운 지성’이 어느 정도 선구적이었는지는 그가 유럽인의 식민지 침략을 비판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한 데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는 근대 유럽 최초로 서양중심주의에 반대한 문화상대주의자였다. 일본의 작가 홋타 요시에는 몽테뉴 전기에서 이런 모습을 높이 사 그를 ‘위대한 교양인’이라고 불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10/0091000032004101517594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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