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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블로흐-희망철학: 삶, 희망이 희망이다. 2006-10-30

아직도 왜 사는 지 잘 모르고,

그저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큰 집, 큰 차, 기름진 음식, 멋진 상대...

무엇 하나 쓰잘 데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 지경입니다.

그냥 그렇게 끌려 다니며 삽니다.



그러나...



삶이...

희망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고향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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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인간의 삶 ‘희망’이 희망이다



에른스트 블로흐 ‘희망철학’10년만에 완간.

마르크스 지렛대 삼아 유토피아를 꿈꾸며 정치·사회·문화 가로지른 ‘희망의 필연’역설



희망의 원리 전 5권 (에른스트 블로흐 지음·박설호 옮김, 열린책들 펴냄·각 권 1만8000원)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1885~1977)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혀를 단 예언자’로 불린다. 마르크스주의와 메시아주의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이 그의 사상의 요체였다. 그에게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가 예견한 ‘자유의 왕국’은 16세기 독일의 기독교 농민혁명가 토마스 뮌처가 꿈꾼 ‘지상의 천국’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지렛대로 삼아 유토피아를 들어올리려 한 사람이었다.



<희망의 원리>는 그의 방대한 사상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저작이다. 1990년대 초에 일부가 번역된 바 있는 이 대작이 블로흐 연구자 박설호 한신대 교수(독문학)의 노고에 힘입어 전모를 우리말로 드러냈다. 200자 원고지 1만3000장에 이르는 책을 번역하는 데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이로써 게오르크 루카치와 더불어 20세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독일어권 양대 산맥을 이루는 블로흐의 참모습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희망의 원리>가 집필된 시기는 1938~1947년이다. 독일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 시기에 블로흐는 ‘희망’을 삶의 ‘원리’로 구축하는 이 기나긴 철학적 에세이를 써나갔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해 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이 우리를 맞이할 것인가?” 2차대전이라는 인류사적 참화 속에서 이렇게 묵시론적 색조가 밴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곧이어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는 희망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선언한다. “희망의 해위는 체념과 단념을 모르며, 실패보다는 성공을 사랑한다.”



여기서 ‘희망’이란 이 저작의 원제이기도 한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이다. 이 꿈은 머릿속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본질적 모습이다. 여기에 블로흐의 ‘희망 철학’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는 이 저작에서 철학·역사에서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가능한 모든 요소를 검토해 백과사전적으로 희망의 모습을 찾아나간다.



그의 용어대로 표현하면, 희망은 ‘아직 아닌 존재’의 존재론이다. 그가 볼 때 인간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며, 자신의 모든 본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이렇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를 블로흐는 ‘아직 아닌 존재’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이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성을 향해 나아갈 때 그 존재의 바탕에 놓여 있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이란 말하자면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며 ‘기본적 정서’인 것이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은 인간 존재의 필연적 특성이다.



그 희망의 가장 친숙한 형태가 ‘낮꿈’(백일몽)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밤꿈에서 인간의 의미심장한 본질을 찾아내고 낮꿈을 의미 없는 몽상으로 치부한 것과 정반대로, 블로흐는 더 많은 행복을 소망하는 낮꿈에서 ‘유토피아의 위대한 사고가 출현하기 전의 사상적 싹’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 낮꿈은 그저 낮꿈일 뿐이다. 낮꿈을 꾸는 자가 일어서서 그 꿈을 실천을 통해 구체적으로 창조해낼 때 그 행위 속에서 희망은 존재한다고 블로흐는 말한다.



블로흐는 2차대전 종결 뒤 동독의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맞게 조국을 선택한 셈인데, 결국 그는 이 교조화한 관료적 사회주의 체제에 맞서다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서독으로 ‘망명’한다. 희망은 언제나 ‘환멸’을 동반한다고 그는 믿었는데, 그러나 동시에 그 환멸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믿었다.



이 장대한 철학에세이는 이렇게 끝이 난다.



“역사의 뿌리는 바로 인간이다. 그는 노동하고 창조하고, 환경을 변화시키고 이를 뛰어넘지 않던가. 만약 인간이 자신을 파악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안에서 소외 없는 자기 자신을 증명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유년기에 갈구했으며, 아무도 아직 실현하지 못한 어떤 것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고향이다." 인간과 세계가 이상적인 상태에서 행복하게 결합한 유토피아적 상태를 ‘고향’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그 고향에 다다를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창세기’가 시작된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10/0091000032004102214444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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