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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기아에서 탈출하자.(월드워치) 2006-06-05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는 사람들, 대개는 입맛에서 시작해 웰빙을 아우르는 생각들입니다.

즉, 실제로 먹을 것이 없어서 하는 고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세상에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멀리 나라 밖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 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10만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진실로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이렇게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분배체계 만 제대로 가동한다면 넘쳐나는 먹을 것으로 - 버리지 않고 - 이들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인지...

"무엇을 먹지"하고 오늘도 점심 시간에 고민 중인 사람들은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듯합니다.



온나라가 월드컵에 혼이 나간 한편에서는 여전히 우리 이웃 중 몇몇은 배곯으며, 가엾게 삽니다. 논지의 핵심은 이것이 결코 먹을 것이 부족하거나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유 속에서, 웰빙 생각하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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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폭식에서 벗어나는 길]





통념상 영양부조 문제는 단지 빈국만의 문제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비록 가난은 했더라도 먹을 것 걱정은 없었던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양부조의 문제는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복합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에티오피아는 계속되는 기근의 손아귀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무려 1,600만이 아사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1980년대에 있었던 대규모 국제적 원조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Horn of Africa)은 기근과 영양실조의 동의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대서양 건너편의 또 다른 나라에서는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과다영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 중의 1/4은 병적인 상태로 보고되고 있다. 영양실조 문제는 공중 보건 차원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이와 관련된 당국자들은 영양실조가 재앙의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병들고, 출산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국민의 55%가 과다체중이며, 23%는 비만 상태이다. (과다체중과 비만은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규정된 기준이 있다. '구석구석 스며든 영양문제' 이하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용과 임금 감소는 미국에서 한 해 1,18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보건예산의 12%에 달하는 것이다. 과체중과 비만은 관상동맥 질환과 암, 심근경색, 당뇨병 발생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병들을 합산하면 미국 사망자 수의 거의 절반을 점하게 된다.

기아와 폭식에 대해서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배고픔의 문제는 가난한 나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식량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아가 심각한 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식량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수가 많다. 어이없게도 충분한 곡물을 가진 나라에서도 배고픔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렇게 영양부조(malnutrition) 문제에는 부족과 과다의 개념이 공생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선진국들은 영양부조의 문제를 후진국만의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높혀가고있다. 기아 율이 높은 곳 뿐만 아니라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나라에서도 과영양의 문제는 늘어나고 있다. 기아가 만연한 콜롬비아의 경우 성인의 41%가 과영양인데 이는 유럽국가의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록 기아가 영양 측면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과영양 역시 보건 측면에서 점점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세계 보건기구는 발표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과대체중인 사람 수가 과소체중인 사람 수를 초과했으며, 이 둘이 각각 11억을 넘고 있는 것이다.

통념과 오해가 이런 과대 과소 영양의 문제를 감싸고 있는 현재, 정책적 대응 역시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기아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초점이 기아의 사회학적 요소나 빈약한 소득, 불공평한 토지분배, 여성의 사회적 참여 제한 등이 아니라, 주로 곡물 증산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목표를 찾고 있는 것이 그런 잘못된 예이다. 과영양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쓸데없는 음식들로 부풀려진 소비시장 위주의 식품 환경에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예방적 교육 등이 아니라 다이어트나 이와 관련되는 약품 등을 복용하는 개인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는 오늘날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서처럼 빈부 격차를 불문하고 세계 인구의 절반이 영양상 문제에 처해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다시 최근 십여년 동안의 지구적 식량 과잉 문제가 가세하게 된다.

영양부조는 이제 빈국 부국을 막론하고 다같이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개인적 차원에서 기아와 비만은 똑같이 육체적 건강을 위협하고, 질병에 관한 저항력을 감소시키며, 수명단축의 원인이 된다. 이와 함께 발달과정에서 부적절한 영양 상태에 있었던 어린이들은 두뇌발달이 저해되어 일생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열악한 식사는 교육적 성취를 저해하고, 경제적 생산성을 감소시키며,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전반적인 후생복지를 끌어내린다. 따라서 이런 고질적인 영양부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광범위한 혜택을 가져올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통념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궁핍에 관한 통념

1980대 초 세계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의 기아와 죽음의 소식에 휩싸였다. 1985년까지 30만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런 기근 중에 이들 나라들이 목화, 사탕수수를 포함한 갖가지 현금작물을 거의 최고조로 생산하여 수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단지 30% 정도의 경작지가 가뭄에 피해를 입었을 뿐이지만 (과장된)보도에 나타난 타들어 가는 경작지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모습은 - 전국적 규모로 식량이 부족하여 겪는 - 영양실조의 신화를 세계의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실상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때로는 풍족하다고 할 만한 식량을 생산해 내고 있었으며, 주요 곡물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는 농민들에게 경작지를 놀리도록 보조금을 지불하기까지 하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추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기아에 처한 어린이의 80%는 식량잉여 상태의 나라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 식량정책 연구소(IFPRI)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95년 사이 기아의 감소분 중 25%는 주로 일인당 식량 가용성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것은 '희소성이 인구증가나 경작지와 물 공급의 부족 등에 의한 식량 부족에 기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량 부족이 생긴다'는 통념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 등은 앞으로 50년 동안 인구가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1990년대에 식량 여유 분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인도의 경우 지하수를 과다하게 펌프질하면서 한 때는 관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하수 층이 마르게 되어 자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는 10억 이상의 사람들은 비난의 손가락을 다른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대물림되고 있는 기아의 근본원인은 물론 가난이다. 즉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에 대한 접근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배고픔이 있는 곳에는 틀림없이 빚에 찌들고 적절한 땅을 갖지 못하게 하는 빈약한 소득으로 생활하며 의료 전달체계에 접근하기 어렵고, 교육체계와 동떨어진 사람들이 있다. 1998년말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이 실직 상태에 있으며, 9억 이상의 사람들이 생계비에 미달하는 품값을 받고 있다. 이렇게 10억이 넘는 사람의 숫자는 저 체중과 배고픔이 일상사가 된 11억 인구와 겹쳐지게 된다. 한편 또 다른 20억에 가까운 사람들은 기아나 다름없는 경계선에서 하루 2 달러도 되지 않는 소득의 대부분을 음식 구입에 쓰고 있다.



굶주림과 가난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욱 가공할 영향력을 끼친다. 인도의 경우 소녀들은 소년들과 비교할 때 거의 4배 정도 영양부족 상태에 있다. 개발도상국 남자의 25% 정도가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임에 반해 여성의 숫자는 45%나 되고 이들 중 60%는 임신중이다. 여성편기는 문화적 선입견에서 주로 비롯된다.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부족한 음식물로 생활하는 가정에서 음식은 먼저 아버지와 아들의 차지이며 그러고 나서 어머니와 딸의 차례가 오게 마련이다. 물론 대개의 후진국에서 여성의 노동시간은 남성의 것보다 훨씬 길다. 교육 역시 성차별이 당연시 되고 있다. 부적절한 교육은 자연스럽게 경제적 불안정을 가져온다. 세계 문맹 인구의 2/3가 여성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3/5이 여성이다. 이렇게 교육과 경제적 기회가 남성에 비해 줄어들면서 여성들은 보다 더 굶주리고 훨씬 더 심각한 영양 문제를 안게 된다.

따라서 기아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건 간에 가난을 해결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여성에 특별한 주안점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영양부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제식량정책 연구소가 행한 연구에서 1970년부터 1995년 사이에 영양부조의 감소분의 절반 이상은 여성의 교육과 지위향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지렛대 효과는 여성이 가정 내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이거나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을 때 여성은 '두사람을 위해 먹는다.' 따라서 그녀를 가난에서 구출하고 영양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은 자녀들에게 전이되기 마련이고 더 이상의 효과까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의 수입의 거의 전부를 가족의 필요, 특히 음식물에 지출한다. 같은 자금이 남성의 손에 들어가면 부분적으로 - 25% 까지 이른다는 보고도 있는 데 - 가족 이외의 대상인 담배나 알코올 따위에 소비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같은 기관이 추진 중인 소규모 대출지원(microcredit) 정책은 기아와 대항하는 데 좋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이 기관은 바구니를 짜거나 닭을 기르는 등의 작은 사업으로 소득을 얻고 있는 매우 가난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몇 백 달러 내외의 소규모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 대출이 여성을 가난에서 구하게 되면 당연히 영양 측면도 향상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그라민 은행에서 여성의 대출금이 10% 증가하게 되면 - 영양상태의 한 기준이 될 수 있는 - 그녀들이 기르고 있는 아이들의 팔뚝 둘레가 6%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여성들의 딸이 취학할 확률도 2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 데, 이것은 성년이 된 후에 그녀가 영양장해의 위험에 처할 확률을 상당히 감소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업에 국제적인 지원이 가세하게 되면 극적인 성과 향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안 중 하나는 소규모 대출을 위한 정상회담을 열어 - 1990년에 8백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데 이를 2005년까지 1억 이상이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 220억 달러를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이 같은 투자는 빈국들에게 막대한 연관효과를 가져와서 영양상태의 향상, 의료 개선, 인구증가율의 감소 등과 함께 특히 여성과 관계되는 가난을 감소시키는데 큰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차원에서 가난과 영양부조에 대항하는 투쟁은 토지와 농업 신용에 접근로를 확대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은 역시 여성들에게 특히 유효한 데 그들은 세계 식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내고 개발도상국 가정에서 가장 큰 소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네팔, 타일랜드 등의 경우 여성이 소유한 땅은 10% 이하이며 그마저도 작고 변두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이 없는 여성들에게 대출이란 땅 다음으로 가까이 하기 힘든 것이다. 케냐, 말라위, 시에라리온, 잠비아, 짐바붸 등에서는 농부로서 여성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농업에 관해 대출을 받는 것은 불과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여성들의 신용도가 아주 높아서 남성들보다 훨씬 더 성실하게 대출을 갚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율배반적이 아닐 수가 없다.

또한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식량의 오용을 막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영양정보의 전달이다. 모유 먹이기 캠페인 같은 것이 좋은 예인 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유아들의 영양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어린이용 분유는 비위생적 생산 환경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성분 미달 제품으로 자주 등장한다. 모유 먹이기를 권장하고 어린이 분유 제품 판매를 제한함으로써 -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비타민과 광물성분을 앗아가는 - 설사와 관련되는 질환을 8%에서 많게는 2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설사로 인한 사망률도 작게는 24%에서 27%까지 줄일 수 있다. 모유를 먹이게 되면 임신 후의 - 생리 개시가 늦어지면서 수태 가능성을 차단하여 - 자연피임이 가능해 지는 데, 이렇게 되면 터울 조절이 훨씬 쉬워지며 결과적으로 가난한 가정에서 여러 자녀를 먹여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게 까지 되는 것이다.

영양교육 역시 기아 퇴치에 효과적인데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주민 모두와 지역 유지까지 협심해야만 한다. 필리핀의 BIDANI 사업을 예로 들자면 마을 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영양적 '개입'에 참여하도록 여러 가지 교육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등록한 어린이들의 82% 이상이 영양적인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감비아에서도 유사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카빌로' 부족의 사회지도층 여성들이 수유와 위생, 산모의 건강 등에 대해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게 되면서 여성과 아동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영양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현장에서 배고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기획도 필수적이다. 물론 혁신적인 발상도 여성에 힘을 주고 지역사회를 일으켜 세우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하게 된다. 아프리카 서부의 '베닌' 공화국의 좋은 예가 있는 데 이곳에서는 원조 식량을 직접 가계에 분배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지급한 후, 그녀로 하여금 집에 식량을 가져가게 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적지 않은 나라에서 지배적인 성 편기가 수정되게 한 결과, 때로는 남자 형제를 학교에 보내고 - 자신은 집안 일을 돕기 위해 - 퇴교까지 당해야 했던 여학생 진학률을 괄목할 만 하게 향상시키게 되었다. 이로써 영양적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목표가 달성되었다. 먼저 가족에게 필요한 식량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학생에게는 미래의 고용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장래의 영양부조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만 경향이라는 신화

차고 넘칠 만큼의 음식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먹는 습관은 엄청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백년전 쯤부터 곡식과 채소, 과일 위주였던 식사는 동물성 단백질과 유제품을 포함한 가공식품 등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일어난 이런 전환은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퍼져나갔으며, 한편으로 전세계적인 과식을 불러오는 데는 공중 보건측면의 오해도 상당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허리치수를 늘리는 것을 선도해 온 미국의 경우 성인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며 이런 현상은 기아만큼이나 질병, 무능력, 생산성 감소, 수명 단축에 기여하고 있다.

광고와 함께 비용도 저렴해 진 고칼로리, 고지방 식품이 범람하면서 -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켈리 브론넬이 말하듯이 - '독성 음식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설탕과 기름 범벅이 된 식품이 오히려 생체에 필수적이며 영양적으로 완전한 식품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 : 오늘날 미국인이 섭취하는 채소의 1/5는 튀긴 감자류(프렌치 프라이와 포태토 칩)에 의한 것이다 사람들이 달고 기름진 음식에 달려드는 것은 어쩌면 선조들의 시대에 가혹한 자연조건 아래서 살아 남기 위한 방편이었을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중요한 결함요소가 되어 버렸다. 이런 음식 성향이 도시화, 자동화와 함께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게 된 현대인의 체중을 늘어나게 하는 것은 어쩌면 피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부정적 음식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과식은 지금까지 주로 개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방향으로 인식되어 왔다. 대다수의 나라에서 현실은 바람직하지 못한 음식을 조장하는 정책과 관행이 힘을 얻고 있는 반면에 시민 건강에 관한 염려는 포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의지가 약한 일반인들은 비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으며, 과식을 막아 보려는 시도는 - 예방이나 영양 교육이 아니라 - 지극히 지엽적인 기술적 방법이나 다이어트 수준에 머물고 말뿐이다.

최종결과 만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려는 근시안적 사고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 예로 지방을 제거하기 위한 흡입수술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연간 40만 건이 시행되고 있다. 인기 있는 다이어트 책자는 항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소위 '디자이너 식품'들은 영양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걱정 없이 먹으라고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비만에 관한 유전자를 식별해 내어 이를 퇴치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농무성이 해마다 3억 3천만 달러 정도를 공중을 대상으로 한 영양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의 다이어트와 체중감량 식품 산업의 연간 매출고는 물경 330억 달러에 달하는 지경이다. 대단한 고수익 사업인 체중감량 산업은 - 전세계적인 식량 수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 세계적 곡물 기업들을 먹여 살리는 지경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음식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를 식품업계로부터 얻게 되는 데 이는 이런 회사들이 해마다 - 미국 한 나라에서 산업체 광고로서는 제일 많은 액수로 - 300억 달러 이상을 광고에 쏟아 붇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광고를 하는 식품의 경우 영양적 가치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또한 식품회사들의 주목표는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현실에 가장 무지한 소비자이며, 일단 형성된 습관이 평생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서 평균적인 어린이가 한 해에 보는 텔레비전 광고는 10만 개에 달하고 이는 어떤 분야보다 더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공중보건 과학센터(CSPI)의 조사에 의하면, 이 광고들의 90% 이상은 설탕이 가미된 곡물이나 캔디, 소다 음료 등의 잡스런 음식들이다.

많은 조사에서 이런 광고들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광고들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점점 자주 요구하고, 사 먹게 만들며 이런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도 소비습관으로 굳어지게 만든다. 결국 이런 칼로리 없는 소다 음료수와 과자 등의 식품으로 어린이들의 몸이 가득 차게 되면서 보다 건강에 도움이 될 식품들은 자리를 비켜줄 수 밖에 없게 된다. 최근에 식품회사들의 목표가 학교 환경으로 바뀌게 되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마케팅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전체 학교의 13%나 되는 5,000 여 학교가 자판기, 음식 조달 등의 방법으로 즉석식품 판매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1990년 이래 소다 음료수 회사들은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학교 내 독점 판매권을 얻기 위해 수 백만 달러를 내놓고 있다.

선진국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로 가고 있는 기미를 알아차린 식품회사들은 이제 보다 많은 이익을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멕시코는 최근 미국을 젖히고 일인당 세계 최고의 코카콜라 소비국이 되었다. 최근 이 콜라회사의 연차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인당 탄산음료 소비율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륙을 '우리를 위한 기회의 땅으로 만들자'고 적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즉석식품 식당들의 수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바깥 만 해도 넷에서 다섯 개의 맥도널드 가게가 문을 열고 있다.

과식은 기아와 가난이 만연해 있는 나라들에서도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의 경제적 급상승기 이후 돼지고기나 튀김기름의 소비가 치솟고 있다. 이는 동시에 부유한 가계가 소비하는 식품으로써 가장 유력한 쌀과 전분 식품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시화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고, 언론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음식이 소개되고,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의 증가와 함께 고도 가공식품과 포장 음식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133개 개발도상국가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 소득의 변화가 없더라도 - 일인당 당류식품의 소비를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콰도르의 '과이야킬' 같은 곳에서는 현금에 쪼들리는 가정에서조차도 튀김 음식, 감자 칩, 청량음료 등이 감자나 신선한 과일의 소비를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이 칼로리 없는 음식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빅 맥'과 청량음료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따라서 이런 '독성 음식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식을 둘러싸고 있는 잘못된 통념을 혁파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각국 정부가 나서서 과식과 건강에 관한 고질적 오해를 불식시켜야 하고 잘못된 식사습관을 바로 잡는 데 강력한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건강한 식사습관과 영양에 관한 교육을 통해 국민 개개인 - 특히 어린이에게 힘을 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과식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다면 이미 습관이 형성된 이후 대처할 것이 아니라 학교 환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전국적 규모의 '트림 앤 피트'사업으로 어린이 비만을 - 일부 대상의 경우 33%에서 가장 효과적일 경우 - 55%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급식과 영양 및 체육교육을 강화한 결과였다. 이와 유사한 기획들이 여러 나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다만 체육 교육적 접근에서는 점차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대중매체를 통한 교육 캠페인은 고질적인 성인들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핀란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관상동맥 질환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 데 여기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광고, 국민 건강 지침 수립, 식품 내용 표시의 강화 등이 중심이 되었다. 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 여기에는 금연운동도 물론 포함되었다. - 농부로부터 핀란드 심장병 협회까지 다양한 층이 참여하여 채소와 과일의 섭취 증가를 두배로 늘였으며, 196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65%까지 낮출 수 있었다. 사망률을 절반 가까이 낮춘 요인은 건강교육으로 촉발된 저 칼로리 식품의 공이었다.

과식을 공중보건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소비를 제한하기 위해 경고문을 붙이고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실효를 거두고 있는 금연운동에서도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정부는 소금이 많이 든 음식에는 '고소금', 반대의 경우 '소금을 줄인'이라는 딱지를 붙이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저 지방'이라는 문구의 딱지가 붙어 있지 않은 대다수 식품은 자연히 '고지방'이나 '고설탕'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소비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재정적 제약을 통해서 저 영양 식품 소비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도 있다. 예일대의 켈리 브라우넬은 칼로리 당 영양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기름기와 당분이 많고 영양소는 작으며 칼로리가 높은 식품의 경우가 가장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과일과 채소들은 면세가 가능해 질 수 있다. 이런 발상으로는 영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식품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한 수입으로 보다 건강한 식품을 육성하고 영양교육과 체육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보다 쉽고 비용이 덜 들면서 제대로 된 식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간편식당과 자동판매기에 관한 연구에서는 가격이 얼마나 구매 습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가 보고 된 바 있다. 가격을 낮추게 되면 소비자에 의한 과일이나 샐러드 등의 건강 식품 선택이 무려 세배까지 증가되지만, 한편으로 전체 식품 구입비는 원래대로 유지가 가능해 지기도 한다.

이런 세금제도는 사회적 기여가 크다는 점에서 과식에 대한 비용 차원에서도 정당화 될 수 있다. 하버드대의 그레함 콜디츠는 비만으로 인해 직접 비용(병원 체류비용, 약 값, 처치료, 의사 진찰료)과 간접비용(생산성 감소, 직장 결근, 보험금 지급)을 합쳐서 연간 미국에서 1,180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 액수는 미국의 연간 보건 예산의 12% 정도이며, 세금 등을 통해 훨씬 강력한 제재 상태에 들어간 흡연의 사회적 비용인 470만 달러의 두배가 넘는 액수이다. 비만에 관한 이런 재정적 접근은 여러 감염성 질환의 근절과 함께 고질적인 질병에도 대처해야 하는 두 가지 짐을 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함께 나서는 길

좋지 않은 영양 문제는 학교와 직장의 성취도를 떨어뜨리고, 의료비용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건강과 복지를 감소시킴으로써 사회 내의 여러 부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반면에 영양의 향상에 의한 파급효과도 대단하다. 게다가 보다 나은 식사는 먹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으리라 생각하던 것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도 있다.

이런 일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육과정을 위한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의 통합된 노력이 요구된다. 깨끗한 물 공급이 좋은 예인 데 우리 몸이 미세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을 저해하는 기생충을 감소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능을 하게 되고, 따라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는 보건당국의 목표는 영양 향상 캠페인의 당연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전거 통학을 권장하는 교통당국, 텔레비전 시청을 감소시키려는 문화 정책당국, 영양교육에 중점을 두는 교육당국 등 이 모두가 보다 나은 식사 생활을 장려하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비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보다 간접적인 경로로 영양 향상이 생활 가까이 에서 권장될 수 있다. 먼저 건전한 영양 정책이 이미 사회에서 시행 중인 사업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될 수 있다. 건강 교육, 농사 체험 교실 등은 이미 구성된 병원, 학교, 지역사회 모임을 통해 영양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부터 손쉽게 호응을 얻어 낼 수 있다. 병원 관계자의 경우는 모유 먹이기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이고, 지역사회 모임에서는 집안에 정원 만들기 등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업들은 이미 존재하는 조직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출산 전에 모유에 관한 교육을 받은 여성에게 그 후에도 설사를 일으키는 유아를 돌봐야 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도 이런 상승효과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소액대출을 통해 취업기회를 만들어서 가난을 몰아내기 위한 사업들도 건강과 영양 교육과 병행하게 되면 영양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아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Hunger)라는 단체가 가나에서 추진 중인 '교육과 대출'사업은 모유 먹이기 교육, 육영, 설사 방지, 면역, 가족계획 등과 병합해서 시행되었다. 3년에 걸친 조사에서 건강과 영양의 향상이 보고되었고 음식 부족현상의 보고사례는 줄어들고 있었으며, 특히 참여한 어린이들에게는 괄목할 만한 영양 상승이 있었다. 이 사업의 추진 간사인 바바라 맥넬리는 "단순히 가계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는 것 만 가지고는 어린이의 영양상태가 나아지고, 식품 구입의 관행, 생활 수준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브라질의 '쿠리티바'시에서는 영양과 생활 쓰레기가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도시의 폐기물이 증가하고 거주민 중 가난한 층의 영양부조 상태가 늘어가고 있음에 착안한 관계자들은 농부, 도시 빈민층을 포함해서 시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유기물 쓰레기 재활용사업을 기획했다. 시민들은 일반 쓰레기와 유기물 쓰레기를 분리하고, 포장해 중앙에 집결시키고, 교외의 농부들이 가져온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와 교환할 수 있었다. 쿠리티바에서는 쓰레기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농부들은 화학비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으며, 도시 빈민들은 영양가 있는 식품들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 특히 식품광고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건전한 식품 영양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 요소가 된다. 미국의 경우 '버클리 식품체계'사업을 예로 들자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먹거리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 이외에 원천적으로 이들이 식품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안에 채소밭을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채마밭을 통해 하교는 자체 급식 중 일부를 조달할 수 있는 데 이는 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순수 유기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일조하게 된다. 이 사업으로 인해 학교는 교육과정을 통해 식품에 관한 포괄적인 개념을 학생들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적 각성'을 위한 모임과 함께 이 운동에 선봉을 서고 있는 자넷 브라운에 따르면 아이들이 포장식품과 가공식품을 가까이 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는 - 적절한 예비교육이 부족했던 결과 - 과일과 채식에 대하여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자신이 지지 목을 세워주며 기른 토마토를 직접 먹어 보게 되면 구내 식당에서는 보다 쉽게 샐러드를 먹을 수 있게 된다."

영양적 각성은 단지 어린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사, 간호사, 기타 건강관리 전문가들이 다이어트와 건강의 관계를 환자들에게 적절히 교육시킬 수 있다면 식생활 습관의 전환은 비약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의학체계는 영양의 역할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 1994년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의 단지 23%만이 학생들에게 영양관련 과목을 별도로 가르치고 있을 뿐이었다. 영양에 관해 이렇다할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가 당연히 예방적 건강 측면은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단지 잘못된 식습관에서 기인하는 '결과' 만에 관심을 가지기 쉬울 것이다. 즉 심장병 환자에게 과일이나 채소 식사를 늘이고 운동을 하도록 권장하기보다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약을 처방하거나 심장 혈관 우회수술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질병관리 센터'에서 행한 조사에 의하면 "비만한 성인 중에서 건강 관련 전문가에 의해 조언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못했다."

의학관련 전문가를 교육시키는 이외에도 중요한 것은 건강 관련 사업들의 범위가 의료보험이 질병과 체중 감소를 포함하는 것으로써 비만을 광의로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질병과 환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보험관련 비용 자체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네브래스카의 오마하이다. 이 곳에서는 심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집중적인 다이어트와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해 값비싼 처방과 수술을 줄여 나가고 있다. 당연히 그 다음 단계는 마치 보험회사와 치과에서 하듯이 일상적인 영양상태 점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건강한 식품에 대한 결정권을 거의 갖지 못한 상황일 경우,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품 물류체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교외 농업과 농부들에 의한 직거래 시장을 지원하게 되면 저소득층에게 좋은 먹거리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된 바 있다. 쿠바의 몇몇 도시는 시내에 있는 채소밭에서 먹거리의 30%를 제공받고 있는 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게 되면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영양적으로 이미 불모지가 되버린 선진국의 도시 중심부는 - 그 동안 야채 가게와 대형 식품점들이 보다 부유한 소비자를 따라 교외로 이전해 버리고 즉석 음식점과 편의점 만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 농부들에 의한 직거래 장터가 어떤 경우에는 싱싱한 농산물의 유일한 공급 경로일 수가 있다.

토론토 식품 정책 위원회는 지역 농가와 - 대부분이 여성가장인 - 도시 저소득층을 연결하기 위해 직거래 시장과 직접 배달 체계를 동시에 시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식품을 구입하고 있는 사람들의 70% 가까이는 1990년 이 사업이 시작되기 이전과 비교할 때 훨씬 많은 채소를 먹고 있으며, 21%는 보다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고, 16%는 식생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에 채소와 과일을 다섯 가지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성 있는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켈리 브라우넬이 주장하는 식품세는 영양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자금원으로 쓰일 수 있다. 공익을 위한 과학 센터(CSPI)의 책임자인 미첼 자콥슨은 "약간의 세금으로도 '텔레비전 광고, 체육교사, 자전거 길, 수영장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비만 방지 방법'에 자금을 댈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청량음료 한 캔에 2/3센트의 세를 붙이고, 텔레비전과 비디오 구입에 5%, 자동차 구입에 65 달러, 주유할 때 몇 센트 정도를 부가한다면 해마다 무려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세금 없이도 몇몇 나라에서는 좋은 영양을 위한 보조 수단인 생활방식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 1999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교통부, 보건부, 환경부 등이 함께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자전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여러 당국의 연합 사업은 바로 건전한 영양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타기가 늘어나는 것은 더욱 운동량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이는 과체중과 싸우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깨끗한 공기, 보다 여유 있는 도시 교통, 저렴한 교통 기반시설로서의 역할도 달성하게 될 것이다.

먹거리 환경을 바로잡는 데 있어 마지막 부분은 식품을 문화와 영양의 귀중한 재산으로 생각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식품과 관련된 현재의 소비자 문화는 - 영양이나 건강을 희생하는 대가로 - 상표 충성도나 거대한 음식문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천천히 먹는 음식'운동이나 미국의 '전통방식에 의한 음식 보관과 교환'모임 등은 오늘날의 음식 문화를 비판하면서 전통적인 조리방법으로 돌아갈 것과 이를 통한 음식의 사회적 역할을 부활시키자는 운동이다. 이들의 목표는 주방장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변화의 대상인 데 이런 문화적 개입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 마치 미국에서 흡연이 사람들의 각성에 의해 추방되고 있는 것처럼 - 보다 건전한 식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들의 운동을 마케팅과 다른 지원 등으로 돕게 된다면 이는 단지 부유층 뿐 만 아니라 사회 각층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혜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운동들의 성공 사례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더 자신들의 식품 선택에 신중해 지고 있으며, 관심 영역도 단순한 영양적 관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강적으로 의식화된 소비자는 농작물에서 잔류 화학물질을 회피하며,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물을 오염시키는 농법을 멀리하고자 하면서 유기농산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일 것이고, 이로 인해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가 줄어들고, 나아가서 땅과 물에 끼치는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은 신선도와 품질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식물을 선호하고, 자연스럽게 농부와 경작방법에 깊이 개입하게 될 것이다.

영양 문제는 개인과 국가적 차원의 발전 중심요소로써 이렇게 멀리까지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부실한 먹거리는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경제활동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역도 또한 성립한다. 소녀들에게도 소년들과 똑같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 식품회사가 어린 소비자를 대상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제멋대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 등은 발전적 입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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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식품의 등장



1.

한 번에 먹는 양은 최근 수십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1950년대에 청량음료 한 병은 6.5 온스였는 데 오늘날 표준병의 용량은 20온스이다. 식품 크기의 대형화는 가공식품의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되었지만 소비자에게는 대단한 부가가치를 주는 것처럼 보이게 되면서 한끼 분 식사량에 대한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중형'이라고 표시된 음식은 대개가 권장 식사량의 두 세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2.

과식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만연되고 있는 것은 거개가 엄청난 광고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광고를 하는 기업이 식품회사이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는 세계 10대 광고비 지출회사에 항상 들어 있다. 결과는 훌륭하다. 맥도널드는 매일같이 다섯 개정도의 점포를 추가로 개점하고 있는 데 그 중 네 개는 미국 바깥에 있다.

3.

평균적인 미국인은 1년에 70킬로그램의 당류를 섭취하고 있는 데 이는 1909년과 비교할 때 75%가 증가한 것이다. 하루에 대략 200 그램 또는 53티스푼이 되는 데, 열흘마다 5파운드 설탕 한 봉지씩을 먹는 셈이다.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방과 당류의 섭취가 섭취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다 보니 곡물이나 채소에서 얻는 탄수화물은 전체 칼로리의 1/3정도에도 이르지 못한다.

4.

식품회사들이 기름지고 단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런 음식에 달려든다는 것과, 한편으로는 과일이나 채소 같은 기본적인 식품보다는 가공식품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설탕, 소금, 지방, 기름 등을 더욱 많이 섞게 되면 - 우리에게 익숙한 농축 상태의 겨자, 케첩, 오이 등 - 맛있으면서도 수익성 높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참기 어려운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목표는 여성



1.

굶주린 아이들은 면역체계의 교란, 신경 손상, 성장 지연 등으로 평생동안 멍에를 지고 살게 된다. 임신중 저체중이었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평균적으로 5센티미터 정도 키가 작고 5킬로그램 정도 체중도 적게 된다.

2.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영양부조에 시달리게 된다. 인도의 경우 소년과 비교하면 소녀들은 네배나 더 배고픔과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아 상태의 여성은 굶주린 아이를 낳고 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궁핍한 가정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는 없을 것이기에 배고픔은 세대를 통해 전수된다.

3.

여성들은 세계식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 내고,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자신의 가족들이 소비하는 식료의 가장 큰 몫을 준비한다. 특기할 것이 바로 이점이다. 남성과 비교하면 여성들은 땅이나 대출, 사회적 정치적 지원을 훨씬 얻기 어려운 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4.

분쟁과 전투는 직접적으로 경제와 식품 생산을 교란하고, 간접적으로는 가난 구제에 쓰일 자금을 군수물자에 전용하게 함으로써 굶주림을 악화시킨다.

5.

고질적인 기아는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감염질환의 손쉬운 희생자로 만든다. 영양부족은 개발도상국 어린이의 5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자 54%의 경우의 간접 요인이었다.







구석구석 스며든 영양 문제

세계 어느 곳 할 것 없이 기아나 과체중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난과 함께 풍요도 지구적이다.





1.

기아의 원인이 가난에 있는 것이지 결코 지역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국에 존재하는 굶주림이다. 1998년 미국 가정의 10%, 즉 어린이를 가진 다섯 가정 중 한 집이 '식품 불안'상태 - 기아선상 가까이 또는 배고픔 때문에 불안한 상황에 있는 것이 보고되었다.

2.

1980년부터 200년까지 남미와 카리브해 연안의 나라들에서 저체중 상태에 있는 어린이 숫자는 14%에서 6%로 감소했다. 그 이유로는 이 지역이 또 다른 영양부조 상태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싶은 데, 즉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에서 과다체중 인구가 과소체중 인구를 초과하고 있는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과다체중과 과소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



과다체중과 과소체중은 결코 자의적인 개념이 아니라, 체중과 건강을 계량하기 위한 신체질량 지수(BMI)를 사용하는 것이다. 건강한 BMI는 19 ~ 24 범위이고, 초과하면 '과다체중'이 되어 심장병이나 당뇨, 암 등의 질환율이 높아진다. 30이 넘게 되면 '비만'이며 위험도가 더욱 증가한다. BMI는 사람의 체중(킬로그램)을 키(미터)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1.

유럽의 과식성향도 결코 북미보다 떨어지지는 않는다. 러시아, 독일, 영국의 과체중 인구는 전체의 절반쯤 되고, 다른 유럽국가들의 경우는 조금 낮다.

2.

남미와 같이 동아시아에서도 기아선상의 인구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과식이 퍼져가고 있는 한편에서도 기아는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과다체중 성인의 숫자는 1989년에 9 ~ 15%이던 것이 1992년에는 성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로 늘어났다.

3.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과 남부 아시아에는 기아지대가 몰려있다. 이 지역 어린이의 44%가 저체중이지만, 인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에서도 도시 상류층에서는 비만이 점차 문제화되고 있다.

4.

세계 인구 중 저체중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단 사하라 이남은 예외인 데 이곳에서는 36%의 어린이가 가난과 여러 사회적 요소 때문에 저체중에 시달리고 있다.

5.

중동의 대부분 지역은 마치 북미처럼 과체중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수단같이 가난하고 전쟁에 찌든 몇 나라에서는 기아가 남아프리카 지역만큼이나 살인적이다.





영양은 어디에?



1.

식품 광고의 화살은 사물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1년에 한 어린이가 10만 개의 상업 광고 앞에 노출되는 데 그 중 90%는 설탕을 바른 곡물, 사탕 또는 이와 비슷한 허섭스레기 음식물이다.

2.

영양적으로 보잘것없는 식품들이 미국 학교들을 침범하고 있다. 5,000개가 넘는 미국 학교가 구내식당이나 자동판매기 회사들과 수백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의 한 학교에서는 - 사전에 체결한 - 일정한 판매량에 미달할 경우 교실 안에서도 코카콜라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이면 계약을 하기도 했다.

3.

선진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집이나 가정이 식사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 1998년의 경우 음식 중 단지 38%만이 가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세끼 중 한 끼는 집 바깥에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4.

단지 칼로리만 내고 영양가는 거의 없는 허섭스레기 음식물이 보다 영양이 풍부한 식품을 대체해 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스낵 음식의 일인당 소비량은 25%이상 증가했고 액수로는 36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WorldWatch(월드워치)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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